브런치에 100번째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에서 활동한 지 1년 반 정도가 되었으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글을 발행한 꼴이다.
처음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을 때 제시했던 기획 의도대로 대한민국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름인 아들, 남편, 아빠로서 살아가는 애환과 가족 독서 모임에 대한 글을 주로 썼다. 틈틈이 팍팍한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도 담아보았다. 대부분의 글은 발행 후 조용히 묻혔지만, 가끔 몇 편의 글은 안타를 치기도 했다. 반응이 좋았던 글은 딸과의 에피소드를 담은 글이었다. 딸과 놀며 글감이 종종 떠오르는 것 보면, 나는 딸바보가 맞는 것 같다. 글을 쓸 때도 마음속에 기쁨이 몽실몽실 떠다닌다.
브런치에 응모해서 운 좋게 통과는 했지만, 글을 잘 쓰는 분이 가득한 이곳에서 첫 글을 발행하는 것은 무척 고민되었다. 블로그에서 꾸준히 글을 써왔지만, 이곳은 왠지 더 정제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첫 글을 발행하고 조금씩 나만의 글 길을 걸어왔다. 부담이란 옷은 이제 벗어던진 지 오래되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의 높이 만큼만 꾸준히 쓰자는 나와 약속을 했다.
브런치에서는 종종 공모전이 있다. 일단 하고 보는 무모한 성격 탓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작년에 개최한 '한식 문화 공모전'을 시작으로 브런치 북도 만들었고, 최근에는 '나도 작가다'도 도전했다.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으나 글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재밌다. 나름 준비한다고 한글 문서에 제목과 이름까지 적으며 글을 쓴다. 그때는 나도 진짜 작가가 된 듯한 착각 속에 빠진다. 글을 발행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은 학창 시절로 돌아가 중간고사 시험 보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결과를 확인하면 마음 어딘가가 나도 모르게 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제 마음도 전보다 단단해졌으니 덜 아프겠지.
브런치가 주는 큰 기쁨 중 하나는 양질의 글을 원 것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글감을 찾았지? 이렇게나 글이 맛깔날 수가 없네. 글이 아름답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내내 감탄하며 글을 마주한다. 구독하는 브런치 글은 알람이 울린다. 그때는 하던 일도 멈추고 글을 읽는다. 좋은 글을 아무 대가 없이 본다는 것은 특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마한 보답은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남기는 것이다.
뭐 특별할 것 없는 글 임에도 구독해주는 소중한 분이 있기에 계속 글을 쓸 힘을 얻는다. 힘듦을 담아낸 글에는 위로가 가득 찬다. 기쁨을 표현한 글에는 행복이 넘쳐난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따름이다. 글로 소통하는 일은 매력적이다. 한 번 본적도 말한 적도 없는 사람과 오롯이 글로만 가까워진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그래서 브런치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글이 발행되는 순간, 101번째의 글이 된다. 그저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200번째, 300번째 글이 계속 발행되는 것이다. 묵묵히 나의 글을 쓰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아니 함께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