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이 추억이 되었으면.

by 실배

"아빠. 추워. 안아줘!"

오늘 새벽 다급한 아들의 외침이 있었다. 서둘러 옆에 가서 안아 준 다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게. 어제 보일러 틀고 자자니깐. 덥다고 하고선.' 꿀밤을 주려다, 자는 얼굴 보니 급 이뻐서 참았다. 요즘 급성장기라서 그런지 중간에 몇 번 깨기도 하고, 잠버릇도 험해서 덩달아 나도 잠을 설친다.


한 번은 심하게 가위를 눌려 잠을 깨어 보니, 나를 베개 삼아 떡하니 자고 있는 게 아닌가. 꿈에서도 고통을 느껴 깨면 나와 정반대로 누워 자며 연신 내 얼굴에 발차기하고 있었다. 자기 전에는 이제 컸다고 근처에도 못 오게 하더니, 자는 중간에는 나를 껴안고 비비고 난리가 난다. 최근에는 내가 꼭 눕는 순간 물 떠달라고 심부름시킨다.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원.

어제저녁에는 진지하게 아내에게 이제 아들 혼자 자면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저 멀리서 그 소리를 듣고선 배신자라고 토라졌다. 귀도 참 밝네. 달래주느라 한참을 고생했다. 둘째가 태어난 뒤로 유독 엄마 곁을 떠나지 않는 덕분에 아들과 둘이 자게 된 지도 어언 8년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 둘 간의 정이 유독 깊어진 것 같다. 자기 전에는 꼭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아빠가 본 가장 무서운 영화는?"
"내가 요즘 하는 게임이 있는데. 들어봐."
"엄마. 미워. 잔소리 대마왕이야. 아빠는?"
"아. 숙제 정말 하기 싫다. 부숴버리고 싶어."

등등 자기 전에 30분은 꼭 대화를 나누고 잔다. 아들이 정한 규칙이 있다. 자리에 누우면 핸드폰 보지 않기다. 가끔 몰래 보다 걸리면 자기 방이니 나가라고 구박도 한다. 서러워서 빨리 독립해야겠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이 상황이 나에게는 정말 고맙다.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지방에서 일하셔서 3~4달에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어릴 때 아버지와 한 이불 덮고 잔 기억이 없다. 고등학생이 되어 함께 살면서부터는 어색함에 거리를 두었다. 나도 아버지랑 같이 지냈으면 어땠을까. 그래서 지금 내가 유독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건 아닐까. 가끔은 아들에게 벗어나 푹 자고 싶다가도, 그 살 부대낌이 좋아서 가능한 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요즘 친구들 만나 늦으면 아내에게는 연락이 없지만, 아들에게 꼭 연락이 온다. 언제 오느냐고 나를 압박하면서 오기 전까지 안 자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집에 가면 혼자 쿨쿨대며 잘 자고 있다. 녀석도 참. 나는 씻고 옆에 살며시 누워 자는 얼굴을 구경한다. 요즘 하도 말을 안 들어 미울 때도 많지만, 자는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다. 몰래 뺨에 뽀뽀해주고 잠이 든다.

이제 조금 있으며 중학생이 되고. 곧 사춘기도 오겠지. 그때 되면 알아서 아내에게 가서 자라고 등 떠밀 것 같다. 왠지 생각하니 슬퍼진다. 그래서 얼마 안 남은 아들과의 시간이 소중하다.

아들. 아빠는 네가 나를 베고 자던, 자다가 치던, 물 심부름시키든. 함께 있어 참 좋다. 언젠가 네가 커서 지금 이 순간이 그때 그랬지 하는 추억이 되었으면 아빠는 그걸로 족해. 그리고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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