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 2020년 초여름 호를 구독했다. 처음 작가 이슬아란 이름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요즘 글을 쓰는 젊은 작가란 신선한 정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우연히 이 작가가 매일 글을 써서 보내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호기심을 넘어 꼭 보아야 된다는 당위성이 꿈틀 했다. 한 달 구독 결재를 하고, 글을 기다렸다. 그런데 왜 이리 소풍 가는 아이처럼 설레지. 이런 마음을 갖게 만드는 프로젝트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것 같다.
늦은 밤이 돼서야 첫 글이 도착했다. 지인의 소개로 동생과 함께 군부대에서 인문학 강의를 한 내용이었다. 일단 글이 재밌다. 상황에 대한 매우(?) 솔직한 기술이 웃음을 자아내고, 차분하면서도 리듬감이 느껴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살아 숨 쉬는 글, 매력 있었다. 한창 빠져들 때 1편 이야기가 끝났다. 다음 날을 몹시 기다렸다. 글이 도착했다. 퇴근길에 지하철에 앉아 판도라 상자를 열어 남은 이야기를 탐미했다.
보고 싶은 글이었다. 사람 냄새 가득한 글이었다. 일상의 소재를 이렇게도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구나.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글이 과연 보일만한 것인가를 고민한다. 솔직한 척하지만, 적당히 감추고 포장한다. 그래서 늘 그만큼의 글이 나온다. 일간 이슬아를 읽으며 보이는 글이 어때야 한다는 정답지를 엿본 느낌이다. 그렇다는 것이지, 그렇게 쓸 자신은 여전히 없다.
작가의 시선이 좋았다. 인터뷰 글이 몇 편 있었다. 그저 하루를 평범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모두 각자의 삶에서는 주인공임을 글로 증명한다. 글을 읽고 문득 내 주변 사람을 인터뷰하고 싶어 졌다. 그 사람을 글에 담아낸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6월 22일 작가의 마지막 글이 도착했다. 글을 쓴 소회였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간의 글에 대해 정리했다. 글이 모이니 127쪽의 긴 글이 되었다. 이번 주말에 찬찬히 그 글을 곱씹을 예정이다.
일간 이슬아를 읽으며 나의 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이 5, 6월 매일 글쓰기 마지막 날이다. 늘 글을 마치는 시간은 어떤 의미가 다가온다. 3, 4월 신청을 못 해 혼자 글을 써오다 다시 참여하게 되었는데, 역시 함께여서 힘이 났다. 운 좋게도 우선 신청자 반에 들어가 매주 긴 글 쓰는 연습도 해보았다. 그간 시간에 쫓겨 글을 써왔는데, 나만의 공간에서 노트북으로 타닥타닥 글 쓰는 맛이 있었다. 물론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지만.
이제는 매일 글 쓰는 일과 더불어 조금씩 다른 곳에 발을 내디뎌 보아야겠다.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