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별 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 드라마 속 주인공에 빙의되어 홀짝 거린다. 그럼 그럴만한 장면인가. 모르겠다. 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으며 어둑한 방에서 어깨를 들썩거렸다.
눈물은 나와 상관없는 존재라 여겼다. 어릴 때 아버지는 눈물은 '쪼다'나 흘리는 것이라 말했다. 남자란 모름지기로 시작하는 레퍼토리는 나를 옥죘다. 하긴 아버지는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적이 없었다. 내 눈에서 흐르는 물방울이 점점 두려웠다. 조금이라도 날라치면 열심히 다른 생각으로 막았다.
사실 나는 눈물이 많았다. 계절이 지나는 소리를 들을 만큼 민감했다. 어떤 감정 하나가 턱 하고 걸리면 한없이 머물렀다. 펑펑 울고 싶을 때도 있었다. 눈물을 먹으니 감정도 메말랐다. 어른이 되었다. 결혼을 했다. 회사에 들어갔다. 나는 더 강해져야 된다 생각했다. 울지 않는 아버지를 닮아갔다. 나중엔 어떻게 울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마흔이 넘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 글을 낭독하는 순간 막혔던 덩어리가 풀리며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그저 아들에 대한 마음을 적었을 뿐인데, 부끄럽게 뭐람. 울먹거리며 끝까지 글을 읽을 수 없었다. 글은 솔직함을 강요했다. 저 깊은 곳에 숨어있던 나를 붙잡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글에 나를 담아낼수록 굳었던 마음에 단비가 내렸다. 마음을 울리는 글을 만나면 펑펑, 영화 속 감동적인 장면에도 펑펑. 며칠 전에는 친한 선배의 승진 소식에 기뻐 전화했다가도 눈물이 났다. 길 가다 만난 예쁜 풍경에도 눈물이 찔금 난다. 맙소사. 이러다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눈물 자판기가 되겠는걸.
이제 내 마음은 말랑 거린다. 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아서 좋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운다. 감정에 솔직한 '나'를 찾았다. 남들이 쪼다라 부르면 좀 어때. 세상 마음 편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