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700번째 구독자는 두구두구 헐 아들이네.
아빠 브런치를 구독하는 아들 마음이 궁금하다.
어제저녁, 브런치를 염탐하던 아들은 아내에게 가서 뭔가를 쿵작거리더니 나에게 핸드폰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징~징' 마법의 진동이 울렸다.
알림으로 구독자 정보가 떴다. 너무나도 낯익은 아들의 이름이 떡하니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구독하기를 눌렀냐고 물었더니 직접 보여주며 설명해주었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들은 아내의 동의하에 카카오 계정에 가입했다. 그 후 내 카카오스토리에 들어가서 브런치와 연동한 글을 타고 와서 구독하기를 누른 것이다. 치밀한 녀석.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 등골이 오싹했다.
결국 아들이 내 브런치의 700번째 구독자가 되었다. 한동안 699명에서 머물러 있어 누가 될까 궁금했었다. 그게 아들이라니. 좋아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긴장해야 할까?
사실 브런치에 솔직한 마음을 담고 있다. 직장에서의 고민, 주변 관계, 지금 내 마음 등등. 때로는 아내와의 갈등도 가감 없이 표현했다. 그 글을 아들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귀까지 빨개졌다. 물론 글을 쓰는 입장에서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예전에 다른 SNS 공간에서 글을 쓴 적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올린 글이 가족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렸다. 나에게 직접 연락 와서 분노를 표출했고, 해명하느라 무척 고생했다. 그런 경험을 한 뒤로 가족뿐 아니라 지인이 내 공간에 오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직장에서도 글 쓰는 것을 아는 것은 극소수 친한 사람뿐이다. 이곳에서는 'OOO'이 아니라 '실배'란 이름으로 마음껏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아버지가 쓴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최근에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오래전부터 아버지도 매일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단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늘 표현이 부족한 분이 글에는 어떻게 담아냈을까. 그저 호기심이 들뿐이지 직접 볼 용기는 안 났다.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글을 읽고 깨질까 봐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내 글을 읽는 아들의 마음은 어떨까 궁금하다.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좋을는 지, 안 좋을 는 지. 혹여나 아내에 대한 글을 읽고 쪼르륵 달려가 일러바치는 것 아냐. 댓글이라도 남긴다면 어쩌지. 이건 뭐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있다.
일단 지금 이대로 글을 쓰련다. 이제 아들은 글은 읽은 구독자 중 한 명이다. 글을 읽고 소화하는 것도 아들 몫이다.
어제 아들은 나에게 700번째 구독자가 되었으니,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슬쩍 해장국을 먹고 싶다고 흘렸다. 그래. 오늘은 근처 맛있는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그런데, 이 글도 나중에 읽는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