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한 창 바쁠 때라 점심이 돼서야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아들이 쓴 시가 있었다. 글씨가 어찌나 춤을 추고 있는지 저장해서 확대를 해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녀석! 그러나 시를 읽고 깜작 놀랐다. 그 안에는 아들의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슬픈 표정으로 학원에 가는 인간이여 언제나 가니 아무렇지 않구나. 이 한 구절이 다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어떤 심정인지 그대로전해졌다. 학원 가는 것을 싫어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핸드폰 시계를 보고 늦었다는 생각을 하고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슬픈 얼굴을 하고 먼 데 집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그림처럼 떠올라 마음이 짠해졌다. 평소 장난만 치는 철딱서니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갬성이 있을줄이야.
얼마 전 아들과 이불에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 회사 가기 너무 싫네."
"아빠. 나도. 내일이 안 오면 좋겠어. 학원 가기 정말 싫어."
"학원 가기 그렇게 싫어?"
"응. 시험 못 보면 남아서 공부도 해야 돼. 짜증 나."
아직 초등학생인데 밤늦도록 학원에 있어야 하니 나라도 싫겠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수업끝나면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하는 것이 일이요, 오락실 가거나 친구 집에서 노는 것이 다였다. 물론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꺼냈다가는 폭풍 잔소리 감이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런 고구려적 이야기한다고 코너에 몰려 원투 스트레이트를 두들겨 맞을 것이다.
물론 나도 안아. 모두 내 아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나도 뾰족한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창 뛰어놀 시기에 답답한 학원이라는 성에 갇혀 있는 모습이 안 쓰러울 따름이다.
이렇게 중학교에 가면 더 늦게까지 공부해야 하고, 고등학교에 가면 더더더이다. 대학에 진학하면 캠퍼스의 낭만도 즐길 여유 없이 취업 준비로 바쁠 것이다. 그리고 취업해서 회사에 들어가면 그다음은 말해 뭐할까. 그러니 지금 시기만이라도 마음 편히 지냈으면 하는 푸념이다.
오늘도 퇴근하고 들어오니 아직 아들이 오지 않았다. 시에서 처럼 책이 잔뜩 들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으로 오는 중이겠지. 혹여나 나머지 공부를 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