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양말은 걸레와 같이 빤다.

정말 사실일까?

by 실배

지징하는 소리와 함께 출력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내는 그 모습에 놀라 서둘러 프린터로 달려갔다. 프린터 입 주둥이를 쫙 펴더니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렇게 아들의 유인물을 금이야 옥이야 구하더니 다시 내 맞은편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곤 민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앞으로 빼면 될 것을 나는 계속 바닥에 떨어 뜨렸네."
"응. 알고 있었어. 지난번에 보니깐 바닥에 날리더구먼."
"봤으면 내 것도 좀 챙겨주지."
"칫. 아들이 당신이랑 같아. 우리 아들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니. 말이야 방귀야. 아내에게 강렬한 레이저를 쏘았다.


"뭐야? 째려보는 거야. 그런 식으로 해봐. 얼마 전에 어디서 들었는데, 꼴도 보기 싫은 남편 양말을 걸레랑 같이 빤다고 하더라고. 당신도 조심해."

양말을 걸레랑 같이 빤다고? 제발 아니라고 말하라고.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양말에서 걸레 냄새가 난 것이 떠올랐다. 설마! 그 날을 곱씹어 보았다. 맞아. 그쯤에 싸웠던 것 같은데. 아내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가시질 않았다.

"그뿐인 줄 알아. 칫솔을.... 아니다. 그만하자."

뭐라고? 계속 말하라고. 칫솔을 뭐 어떻게 했는데? 아내는 입을 다물고 더는 말이 없었다. 피곤하다며 안방으로 사라졌다. 내 안의 의심만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예전에 어떤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서 병든 남편에게 사탕만 먹이는 아내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알고 보니 남편이 젊은 시절 가정 폭력이 심했다. 나이 들어 갑자기 남편이 쓰러졌고, 의식만 있는 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부터 아내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되었다. 방송 말미에 거의 반 미라가 된 남편은 간신히 구조되었다. 하필 이 시점에 그 프로그램이 떠오르는 것이 뭐람.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안방으로 갔다. 아내는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슬쩍 옆으로 다가갔다.

"여보. 내가 병든 남편에게 사탕만 주는 아내 이야기를 프로그램으로 본 적이 있는데, 혹시 나도 늙으면 그러는 건 아니겠지?"
"호호호. 뭐래? 내가 설마 그러겠어. 하긴 또 모르지. 그러니깐 잘하라고."

네. 앞으로 깐죽거리지도 않고 말도 잘 들을게요. 그러니 제발 걸레랑 양말은 같이 빨지 마요, 그리고 나중에 아파도 사탕만 주지 마세요. 몹시 슬플 것 같아요.

아내의 방긋 웃는 얼굴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 편으론 사라지지 않는 불안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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