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랑 나랑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래?

유튜브가 몹시 미운 요즘

by 실배

달이 거무스름하게 차올랐다. 오늘도 늦은 퇴근길, 혹여나 마을버스를 놓칠까 발걸음이 분주했다. 지하철 계단을 다 오를 무렵 저 멀리서 버스를 보았다. 출렁이는 뱃살을 부여잡고 달린 덕에 간신히 버스를 탔다. 휴. 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딸이 총총걸음으로 달려온다. 내게 푹 안기면 뽀뽀를 해주었다. 덕지덕지 붙어있던 피로가 금세 사라졌다. 이 맛에 퇴근하는 거지. 아내는 식탁 의자에 앉아 화장을 지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하루의 피로를 닦아내는 듯 보였다.


“민준이는 어딨어?”


아내에게 물었더니 말 대신, 손가락을 가르켰다. 테이블 의자에 앉아 네모난 물체 안에 코를 박고 있었다. 녀석.


“아들. 아빠 오는데 인사도 안 해?”

그제야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아까 왔을 때 했거든. 아빠가 못 보았으면서. 어쩔.”


그리곤, 다시 검은 물체 안으로 빠져들었다. 사춘기여서일까. 요즘 자주 이글대는 눈빛을 들이댄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불꽃을 감지하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아들도 어떤 기운을 느꼈는지, 방으로 사라졌다.

아들 방에선 낄낄, 깔깔 기묘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씻고 나와 살짝 방으로 가보았다. 어깨너머로 보니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개그맨인 듯 보이는 사람들이 나와 콩트 중이었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역할극 같았는데, 뭐가 그리 재밌을지 궁금했다. 조금 보다 보니 나와 결이 다름을 느끼고 슬며시 방에서 나왔다.

사실,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주로 남는 시간은 책을 읽거나 글 쓰는 시간으로 보낸다. 주변에는 대다수가 유튜브를 본다. 이야기 들어보면 그 영역이 끝도 없다. 시사, 주식, 취미, 요리, 운동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다들 입을 모아 한번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필요한 정보도 모두 들어있어 굳이 책을 볼 필요도 없다는 지인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진 크게 흥미가 당기지 않는다. 여전히 종이책은 완소 아이템이다.


아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점차 유튜브가 잠식하고 있다. 핸드폰이 생긴 뒤론 더욱 심해졌다. 주말 저녁, 아들과의 시네마 천국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영화보다는 유튜브 영상을 보려는 바람에 실랑이도 했다. 샘이 났다. 도대체 너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아들의 마음을 홀딱 가져가 버렸니. 내 아들을 다시 돌려주란 말이야.

어제저녁에는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들, 아빠랑 유튜브랑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거야?”

“뭐래. 유치하게.”

“빨리 말해봐.”

“음…….”


차마 글로 적을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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