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 갈 집 인테리어에 대해 한창 아내와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에서 띠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차차. 카톡방에서 지인들과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논의하기로 했었다. 벽지 색깔을 묻는 아내의 질문에 답도 안 하고 대화방에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기를 수 분, 거실 가득 흐르는 냉기를 느꼈다. 서둘러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는 X맨 사이클롭스 보다 훨씬 강력한 레이저빔을 뿜고 있었다. 그것도 내 양 미간 사이로.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뭐라도 해야 했다.
"아. 아까 벽지 색깔 뭐가 좋다고 했지? 흰색이었나? 회색이었나?
아내는 답이 없었다. 몇 차례 더 묻고 나서야 반응을 보였다.
"오빤. 늘 그런 식이야. 사람이 물었으면 답을 해야지.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말하기 싫은 거야."
아내의 말에 미안함이 먼저 찾아왔다. 하지만 이내 저 밑에서 다른 감정도 뒤따라왔다. 바로 억울함이었다. 아내도 나랑 이야기할 때 종종 핸드폰을 보고 딴짓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에만 그쳤었야 했다. 늦었다. 이미 내 입에서 머릿속 생각이 발사되어 아내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렇지만 급한 일이 있었어. 자기도 종종 나랑 이야기할 때 딴짓하잖아. 왜 나만 그렇다고 몰아붙여."
아니야. 안돼. 그건 머릿속에만 있었던 생각이었잖아. 왜 허락도 없이 말로 내뱉어 버린 거니.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그녀의 뚜껑이 열리는 모습이 느린 그림처럼 펼쳐졌다. 나 역시도 마음의 불을 지폈다. 상대방을 향해 격한 말을 쏟아냈다.
"xxxx, xxxx, xxxx, xxxxxxx"
"xxxx, xxxx, xxxx, xxxxxxx"
한 판 제대로 한 뒤에야 이성이 찾아왔다. 아뿔싸. 그제야 옆에 있던 아이들이 보였다. 첫째와 둘째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오히려 반응 없는 모습이 더 어색했다. 맞다. 억지로 태연한 척 노력 중이었다. 순간 아내와 나는 눈빛으로 그만하자는 사인을 보냈다. 에둘러 상황을 정리하고 아내는 딸과, 나는 아들과 방으로 사라졌다.
이불 위에 누워 불 꺼진 네모난 등을 보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들 앞에서 부모가 다투는 모습이 얼마나 심리적 불안감을 초래하는지 굳이책에 나온 이야기를 가져올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다짐했건만.... 아이를 다독이지도 못했다. 후회의 밀물, 썰물이 밀려왔다.
다음날, 아내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우선, 아내 말을 듣지 않고 딴짓을 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나 역시도 기분 나쁜 일이기에 반드시 조심해야 할 점이다. 그리곤 말미에 우리가 지켜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여보. 앞으로 우리가 다툴일이 생기면, 아이들 안 보는 안방에서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어.
살다 보면 다툼은 피할 수 없다.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까지 보여선 안될 것 같다. 존경받는 부모는 못될지언정 못난 부모는 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