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람 냄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Oct 21. 2020

기분의 정체

그것이 궁금하다.

요즘 대중없이 기분 좋을 때가 많다. 여전히 회사 일은 차고 넘치지만, 다른 곳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우선 이 기분에 대해 정밀 분석을 해보았다.

첫째, 이사이다. 10월 말에 인테리어를 마치면 11월 초에 입주이다. 드디어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설렘이 수시로 찾아온다. 준비할 것이 참 많았는데, 소소한 일까지 아내와 함께했다. 주말마다 가구나 가전을 보러 다니고, 틈틈이 집 정리를 한다. 인테리어에 대한 의견도 수시로 주고받는다. 자연스레 대화가 늘었다. 둘 간의 관계가 부쩍 좋아졌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 키우는 것 외에 공통 사가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답을 알았으니 앞으로도 같이 할 거리를 열심히 찾아보아야겠다.

둘째, 글쓰기이다. 글과 관련된 일을 여러 개 벌려 매번 허덕거리지만, 주말 새벽에 일어나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하며 글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 상황에 밀려 출근길에 글을 써왔다. 마치 마감이 있는 듯, 지하철 내릴 때까지 한편을 써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홀로 조용히 쓰는 것이 최적의 시간이라는 것을 발견한 뒤론 몹시 기다려진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11월부터는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써야 할 글에 에너지를 쏟아야겠다. 신기하게도 글쓰기는 삶과 닮았다. 어떨 땐 술술 잘 써지다가도, 또 어떨 땐 한 문장조차 쓰기 어렵다. 글에 상처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 귀찮다가도 이유 모를 열정을 쏟곤 한다. 그래서 꾸준히 쓰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중도 포기하지 않았을까. 늘 감사하다. 무언가 찾아와도 흔들림 없이 가보고 싶다.

셋째, 독서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책을 사고 읽는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대략 30분 정도 나만의 시간이 확보된다. 이럴 땐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다. 틈틈이 아이들 재롱도 보고, 아내와 대화도 한다.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지만, 그냥 그 시간대로 의미가 있다. 책도 다양하게 읽고 있다. 기본적으로 독서 모임에서 읽는 책이 우선이지만, 그 밖에도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도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예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 번 읽으면 끝까지 읽는 습관이 있었다. 상황도 그렇고 자주 끊어 읽는다. 그럼 뭐 어떠냐. 손에 책이 있고, 눈 안 가득 글자를 새기면 되었지. 주변 랜선 이웃이 추천하는 책도 보는데, 역시 좋다. 전처럼 굳이 서점에 가지 않아도 양질의 책을 고를 수 있다. 몇 권의 읽어야지 하는 부담도 내려놓고, 손 가는 대로 읽을 예정이다.


들뜨는 기분 탐색을 해보니,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네. 여기서 나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

'아무 생각 말고 그냥 누려. 이 좋은 기분을.'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대 간 조카 얼굴에서 어른이 비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