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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22. 2020

그저 따뜻한 기사 한 칸

중년 아재의 조그마한 바람

세상이 왜 이럴까. 어제 인천 화재로 화상을 입은 형제 중 막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먹먹함이 감쌌다. 그 어린 생명이 겪었을 고통을 어찌할까.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 우리 아이를 볼 때마다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요즘 사회면 기사를 보는 것이 두렵다. 앞다퉈 자극적인 기사가 빼곡히 칸을 채운다. 어떤 기사는 드라마 내용을 마치 실제 인양 써서 공분을 산다. 물론 우리네 삶이 고난의 밭 한가운데 있지만, 분명 따스한 이야기도 있을 텐데. 그런 미담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희망의 불씨라도 느끼고 싶다.

솔직히 헬조선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인 중에 그런 표현을 개인 SNS에 종종 올릴 때가 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어, 가끔 외국인이 동조하는 댓글을 단다. 그럼 내 안에는 불편함이 불쑥 튀어나온다. 물론 그 표현이 나온 맥락도 충분히 이해하고 일부 공감하지만, 굳이 내가 살아 숨 쉬는 삶을 그렇게까지 낮출 필요가 있을까. 정 그러면 꿈꾸는 좋은 세상으로 가서 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소심하게 넘긴다.

그래 맞다. 세대 간 이리저리 찢기고, 나뉘고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희망조차 놓고 싶지 않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그들이 가꿔갈 삶을 미리부터 단정하면 안 되잖아.

그래서 바라본다. 읽고 위로받을 기사가 어느 끄트머리 한 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곳엔 무조건 따뜻한 이야기로 채워야 한다. 틈새 전략이라고 나처럼 그 칸을 원하는 독자들이 있지 않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그저 조그만 소망이라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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