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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28. 2020

사랑은 라떼처럼

정오에 찾아가는 글 한편

한때 결혼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라 믿었던 적이 있다. 이제는 그 소리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용광로처럼 펄펄 끓었던 감정은 어느새 잔잔한 온도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이란 명제는 변함없다. 아니 더욱 깊고 짙어졌다.

처음 아내를 만났던 시절을 기록하고 싶었다.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을. 세월은 야금야금 기억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전부를 가져갈 순 없다. 글자로 담아낼 수 없는 형상은 내 안에 오롯이 살아 숨 쉰다.

이제야 홀가분하다. 오래 미뤄 둔 숙제를 마쳤다. 누구나 사랑의 기억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살지 않을까. 그 사랑이 완성되었든, 아니었든 간에.

오늘 랜선을 타고 전해진 글이 어떤 소회를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 부담과 설렘은 수시로 교차한다.

깊어가는 가을, 소중한 기억 한 조각이 라떼 한 잔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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