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한껏 치켜세우고, 두 눈은 일자로 만들며 고개를 끄덕인다. 양옆으로 벌어진 입술 사이로 툭 튀어나온 앞니가 음흉스럽다. 입안으로 공기를 주입하며 나는 '쯧쯧쯧'이란 파열음은 몹시 거슬린다. 물을 때 모르면 나오는 행동 양식.
핸드폰 액정에 눈, 코, 입을 몽땅 집어넣고 세상과 단절한다. 한번 물으면 당최 답하는 적이 없다. 아차차. 귀에 하얀색 아이팟을 꽂았다. 묻지도 않고 수시로 멜론 음악을 앗아간다. '다른 기기에서 사용 중입니다.'란 문구가 메아리처럼 퍼진다.
게임 중 건드리면, 지 밥그릇 뺏는 줄 알고 '그르렁'대던 똘이가 생각난다. 웃다 분노한다를 수시로 반복한다. '맨날 게임만 하냐.'란 말에 뚜껑이 180도 열린다. '상관 마'란 세 단어는 마치 랩처럼 쏟아진다. 조금이라도 대응할라치면 눈에 핏발까지 세우며 반격한다. 전 같으면..... 전과 확연히 다른 기력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아. 야속한 세월이여.
의기양양 팔씨름하자며 달려든다. 두려움이 달처럼 차오른다. 만일이라는 가정은 세상 싫다. 잡을 때마다 그놈의 손은 한 마디씩 커졌다. 헉헉대며 간신히 방어한다. '씩'하는 미소 속에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음을 그도 알고 나도 안다. 찌릿한 통증이 서서히 오른팔 가득 퍼진다.
테스토스테론의 과다분비가 승리욕과 만나 몸과 몸의 대면을 요구한다. 차라리 져 줄걸. 흰 수건을 방에 던지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어느새 사각의 링 안에 2라운드가 펄쳐진다. 마흔의 썩어가는 몸뚱이는 이리저리 허공을 가른다. 나는 누구며,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어디서 '아버님'이라며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린다. 놀라 돌아보면 서울랜드 인형 탈을 쓴 마냥 입꼬리, 눈꼬리가 하늘로 향했다. 본능적으로 경계의 신호가 온몸 가득 퍼진다. 역시나 였다. 내 핸드폰 어딘가에 숨겨둔 게임을 하려는 수작이다. 몇 번의 저항 끝에 끝내 내주고 만다. 어디서 이런 간교를 터득했는지. 혹시 유튜브?
요 며칠 탐구 결과, 결론은 분석 불가다. 그저 답은 그러려니 뿐. 아이와 어른의 중간 정거장에 와 있다. 그렇게 부딪치고, 깨지며 크는 거겠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받아내는 완충 역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