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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Dec 12. 2020

브런치 덕분에 효자가 되었네.

어머니의 비지찌개

드르륵. 브런치 마법의 알람이 울렸다. 설레는 마음을 잠시 달래고 급한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보고를 무사히 마치고 커피 한 잔 들고 회사 뒤편에 있는 벤치로 향했다.


브런치 세상에 진입한 후로 받은 세 번째 작가에게 제안하기였다. 지난번 출간 제안 이후 한동안 잠잠했었는데 무얼까 몹시 궁금했다. 서둘러 열어보니 월간 <샘터> 기자님이 내 글을 읽고 메일을 보낸 것이다. 브런치에서 주관하는 한식•문화 공모전에 글을 냈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비지찌개를 주제로 글을 썼다. 결과는 아쉽게도 낙방이었다. 글을 쓴 시간도 꽤 되었고, 지금 이런 제안이 왔다는 것이 신기했다.

솜씨 좋은 어르신의 요리비법도 살펴보고 그간 살아오신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는 '할머니의 부엌수업'이라는 코너에 어머니를 주인공을 모시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님께서 친절히 링크도 걸어주셔서 들어가 보니 내용이 참 좋았다. 비단 요리뿐 아니라 여태껏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퇴근 무렵 기자님과 연락이 되었다. 촬영은 두 시간 정도였고, 요리 시간과 인터뷰 시간으로 나뉘었다. 일단 어머니께 여쭤보고 연락을 드리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어떠냐고 물었다. 부담스러워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하셔서 놀랐다. 사실 나도 궁금했다. 월간 이슬아를 통하여 작가가 직접 어머니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았었다. 그 글을 통해 어머니의 살아온 삶을 이해하는 것이 참 좋았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나도 그랬으면.

연락 말미에 콩도 직접 갈아야겠다는 소리에 설렘이 전해졌다. 벌써 좋아하는 비지찌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나도 함께하면 좋을 텐데. 인터뷰보다는 비지찌개를 먹겠다는 속셈이 가득하지만.

촬영 날 일이 생겨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누나들이 함께했다. 나중에 무사히 잘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추레한 모습이었다고 걱정하셨다.  말씀에 키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어머니의 상기된 연락이 왔다.


"지금 잡지사에서 책을 보내왔다. 걱정 많이 했는데 내용도 좋고 감사하네. 네 덕분에 책에도 나오고 고맙다."


내용이 궁금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어머니의 말과 달리 사진도 잘 나오고, 기사 내용도 좋았다. 글을 읽으며 기대했던 어머니의 삶을 따라갈 수 있었다. 애잔한 옛 추억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책도 여러 권 주셨다니 나중에  읽어 보아야겠다. 가보로 두고두고 남기고 싶네.

어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조그만 선물을 드린 기분이 들었다. 모두 브런치 덕분이다. 작가 되길 잘했네.


비지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린다. 흰쌀밥에 비벼 먹으면 칼칼하니 얼마나 맛있을까. 주말엔 어머니 댁에 가서 비지찌개를 먹어볼까?





한식문화 공모전에 제출했던 글


https://brunch.co.kr/@xcape7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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