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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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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pr 20. 2021

너 참 무섭다.

제발 꺼져줄래.

확실히 어깨가 많이 나아졌다. 일상에서 바른 자세를 위해 노력 중이다. 회사에서는 한 시간마다 의도적으로 일어난다. 허리와 가슴을 곧게 펴고, 다리는 꼬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의 조언으로 조그마한 거울도 사서 책상 가운데 놓았다. 고개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신경 쓴다. 통증이 없으니 잠이 잘 온다. 어제 종일 서류 작성을 했음에도 어깨 뭉침도 없었다. 아직은 어색한 이 자세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습관이 삶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놀랍다. 안 좋은 태도, 행동, 자세가 모여 결국에는 치명타를 입는다. 잠깐 생각해도 몇 가지가 떠올랐다.

20대까지 치과를 자주 들락거렸다. 특히 어금니 쪽이 문제였다. 결국 왼쪽 어금니를 뽑았는데, 다행히 사랑니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녁 꼬박 이빨을 닦는데 억울했다. 동네 치과 선생님의 조언이 단박에 해결했다. 알고 보니 어금니 안쪽을 양치질 안 했던 것이었다. 그 뒤로는 10여 년 넘게 스케일링 외에는 치과 간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네.

구부정한 자세도 문제였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밥을 먹을 때도 허리를 펴라는 잔소리를 자주 했다. 그만큼 늘 숙이고 다녔다. 거기다 수시로 다리를 꼬았다. 젊을 때는 별문제가 없었다. 30대의 구간에 진입하면서 쌓인 것이 터졌다. 어느 날 세수를 하려고 허리를 굽히는데 찌릿한 전기가 타고 흐르더니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결국 기어서 화장실에 나온 후 간신히 병원을 찾았다. 디스크까지는 아닌데 상태가 좋지 못했다. 장기간 축적된 잘못된 자세가 문제였다. 그때부터 때 되면 허리 통증이 찾아온다. 이제 40대가 되니 목과 어깨까지로 이어졌다. 그간 자세 교정은 하지 않고,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미봉책의 결과이다.

아내와 갈등이 심했던 30대 후반을 돌아보니 말의 듣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상대방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는 습관이 들었다.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거나, 공감은 커녕 말을 끊고 어쭙잖은 조언을 했다. 아내는 수시로 불쾌감을 표현했음에도 나아지지 않아 결국 입을 닫는 사태로 번졌다. 권태기라 합리화시켰지만 나의 안 좋은 경청 습관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수시로 예전 태도가 나온다. 다만 아내의 섬뜩한 눈빛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습관이 살린다. 비단 아내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갈수록 듣기보단 말이 먼저 튀어나와 곤욕스럽다. 우아하게 늙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말에 진심으로 경청하는 모습이 아닐까.

요즘 새롭게 안 좋은 습관이 들었다. 인지하지 못했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수시로 지적한다. 글을 쓸 때 오른쪽 이빨 사이로 공기를 주입하며 '찝'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 소리가 무척 거슬린다고 했다. 전혀 몰랐다. 언젠가 의식을 해보니 정말 그랬다. 글이 잘 안 풀려 고민할 때 유독 소리가 잦았다. 나도 듣기 싫었다. 문제는 그 소리를 내면 신기하게 글 길을 찾았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 신경 쓰지 않으면 이대로 굳어질 것 같다. 대체할 다른 행동이 필요하다. 눈을 깜박일까. 아니면 코를 찡 뜻해볼까. 너무 꼴 보기 싫어 멀어지면 어쩌지. 의도적으로 안 해보려 하는데 쉽지 않다.

한 번들인 습관은 내보내기 참 어렵다. 지금 적은 것 말고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인지라도 하면 고칠 수라도 있지. 나도 모른 체하는 행동이나 태도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돌아보고 점검하게 만든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도 얼마나 많은 '찝' 소리를 내고 있을까. 당분간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글을 써야 하나.


습관, 너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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