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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l 23. 2021

로또를 사야 당첨이 되지.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

어제부터 '로또는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책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카톡으로 책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예약 판매를 오래 해서 근 2주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책을 받은 분이  어떤 생각으로 책을 읽을지 궁금하면서도 확인할 방법은 없다. 반대로 나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길 바랄까. 우선 부담이 없고, 간간이 공감되는 부분에 피식 웃음이라도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뭐랄까. 같은 세대를 살아가며 한 번쯤 겪었을 법 한 일들에 대한 공유랄까. 전부는 아닐지라도 조금이라도. 책을 다 읽고는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구나 하며 책장 남는 구석에 넣어주길 바란다.


평소 로또도 잘 사지 않고, 주식이나 코인도 전혀 하지 않는 내게 일확천금이 다가올 확률은 제로이다. 얼마 전 연금 복권을 열장 산  분이 같은 번호 두 개를 다섯 장씩 선택했는데, 모두 1, 2등에 당첨이 되었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한 달에 무려 이천만 원이 넘는 돈을 수령하고, 총액은 사십억이 넘었다. 그 돈이 있으면 어떨까를 떠올려보았다. 가장 먼저 다가온 생각은 회사였다.


퇴근 길이여서 아내에게 연락을 했다. 로또에 당첨된 이야기를 들려주며 슬쩍 회사 이야기를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 다녀야 된다고 했다. 허걱. 이천만 원이나 넘는 돈이잖아. 아내는 무조건 이십 년은 채워야 된다고 했다. 어디 편한 곳에 발령 나서 지내라는데 어디 그게 내 마음처럼 되나. 로또에 당첨되어도 정말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슬픈 현실을 확인하곤 연락을 끊었다.


한 편 그렇게 큰돈이 들어오면 어떡해야 하나 덜컥 겁이 났다. 세상엔 비밀이 없다는데, 소문이 나서 이곳저곳에서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엄 한 곳에 투자에서 모두 날려버리면 어떡하지. 돈 때문에 가족과 멀어지는 것 아냐. 펑펑 쓰는 즐거운 상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다니. 역시 돈 도 써본 사람이 쓴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했다.


사실 지인 친구 중에 로또 1등 당첨된 사람이 있다.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정말 친한 사이인데 술 마시던 중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형편이 그리 좋지 못했는데, 당첨금으로 빛도 갚고 집도 사고 양가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그리곤 현재까지도 열심히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당첨되고 안 좋게 풀리는 이야기만 들어서 그런지 다소 심심한(?) 소식에 그랬지만, 대다수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별 반 다를 봐 없을 것 같다. 거기다가 소비가 조금 더 늘고, 차를 바꾸는 정도. 그렇다면 역시 회사는 다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젠장.


우물을 파야 물을 마시지 로또도 사지 않으며 당첨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지 않을 것이 뻔하다. 나 란 인간이 그렇지 뭐.


편집자 분과 상의할 일이 있어서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자연스레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 서점 매대에 책이 깔리며 본격적으로 반응을 살펴본다고 했다. 덜컥 겁이 났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학생이 된 것 같았다. 마음을 비우자고 다짐하면서도 쉽사리 되지 않았다. 오늘은 서점에 가 볼 예정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얼른 가서 사진이라도 찍기 위해서다.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은 없지만, 지금 나에게는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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