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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l 28. 2021

서점 매대에 놓인 내 책 사진을 찍은 세상 촌스런 작가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를 서점 매대에서 만나다.

지난 주말 이른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 막바지에 이르러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 책이 서점에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인들이 카톡으로 받은 책을 공유해주셨지만 실물 영접을 못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인근 서점으로 향했다. 대형 복합몰 안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서점에 들어가려면 QR코드도 찍어야 해서 그런지 길게 줄이 늘어져있었다. 한 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다.


신간 에세이 코너를 찾았는데, 다행히 지근거리 내에 있었다. 왜 이리 심장이 콩닥거리지. 매대를 살펴보았는데 책이 보이지 않았다. 반대편을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불길한 마음이 드는 순간, 아내의 "찾았다!"란 소리를 들었다. 매대 위 쪽에 책이 놓여 있었다.

신기하고, 부끄럽고, 기쁜 이 묘한 감정은 뭘까. 그간 수없이 읽고 퇴고했음에도 종이책으로 만나니 새로웠다. 책을 펼쳐서 몇 줄 읽어보았다. 갑자기 쥐구멍이라도 들어가서 싶었다. 원래 이리도 부끄럼 많은 사람이었던가. 러닝 바람에 분리수거를 나가던 뻔뻔한 아재는 어디로 갔는가?


기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옮겨 다른 곳에서 찍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아내가 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아내는 민망하다며 멀리했었다.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반대편에서 에세이 코너를 오가는 사람들을 염탐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머물렀다. 초능력을 발휘해서 사람들에게 내 책을 잡도록 강한 주파수를 보냈건만 아쉽게도.... 그래도 관심을 보인 몇몇은 있었다. 다가가 손이라도 잡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추슬렀다. 왜 이러니. 주책이다.


기념으로 책을 한 권 샀다. 아내는 집중해서 책을 읽고는 날카로운 서평을 보냈다. 역시 늘 객관적인 사람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수고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책을 읽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중에서도 재밌고, 공감이 되었다는 말이 힘이 되고 좋았다. 내 책이 부담 없이 편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서점 매대에 놓인 책을 발견하고 좋다고 사진 찍는 촌스러운 사람이다. 문득 그 모습이 내 글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련되고 깊은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저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는 그런 글 말이다.


잔뜩 촌스러운 짓을 가득한 날이었지만, 날은 왠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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