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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ug 02. 2021

금메달보다 더욱 빛난 우상혁 선수의 금빛 미소

코로나로 힘든 시기, 그의 미소로 위로를 받았다.

일요일 저녁, 올림픽 야구를 보며 고구마를 10개 먹은 듯 답답한 마음에 잠시 채널을 돌렸다. 남자 높이 뛰기 결승이 있었다. 우리나라 선수가 있겠어하며 그냥 지나려는 순간 오른쪽 위 편에 조그맣게 빛나는 메달 표기가 보였다. 호기심에 시청 버튼을 눌렀다.

짧은 머리에 마치 장대처럼 마른 한국 선수가 보였다. 밑에 자막으로 '우상혁'이란 이름이 보였다. 솔직히 처음 보았다.


이보다 싱그러울 수 없는 미소로 관객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큰소리로 기합을 넣은 후 성큼성큼 뛰더니 우아한 몸짓으로 바를 넘었다. 그 뒤로 조금 과장에서 난리 블루스가 났다. 메달을 딴 것도 아니고, 2m 35cm를 넘은 것뿐인데 너무 오버 아닌가 생각할 때쯤 이 기록은 24년간 깨지지 않았던 한국 신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본인 최고 기록도 2m 31cm였다. 올림픽 결승전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그의 기쁨이 핸드폰 영상을 넘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좋아하는 야구는 진즉에 잊어버렸다. 순위는 전체 7명 선수 중 3위였다. 그다음 도전은 2m 37cm였다. 앞서 몇 명의 선수가 성공했다. 드디어 우상혁 선수가 등장했다. 아까와 달리 살짝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힘을 내서 도약했지만 실패했다. 그래도 함박 미소는 잃지 않았다.


1등이었던 카타르 선수가 2m 39cm로 높이를 올렸다. 이때 우상혁 선수도 모험을 걸었다. 37cm를 패스하고 39cm에 도전한 것이다. 메달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1, 2차 시도 실패 후 마지막 시도가 도래했다. 긴장된 나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찾아왔다. 이 순간을 즐기는 듯 보였다. 박수를 힘차게 유도하며 바를 향해 돌진했다. 힘찬 도약 후 머리와 허리 부분을 넘었다. 속으로 나도 모르게 '되었어!'를 외쳤다. 하지만 다리 부분이 걸려버렸다.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아쉬운 듯 잠시 누웠다가 금세 일어나 씩 하고 웃더니 거수경례를 했다. 알고 보니 군인 신분이었다. 나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잘했다. 정말 최고로 잘했다. 결국 4위로 마무리했다.


한 사람의 밝은 에너지가 이렇게나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구나. 우상혁 선수를 만난 후 남은 주말이 힘찼다. 앞으로 이 선수가 나아갈 길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


그 힘이 야구에까지 전해진 것 같다. 패색이 짙은 9회 말 기적 같은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나 만의 생각이지만 분명 우상혁 선수의 긍정 힘이 전해진 것 같다.


마흔 넘은 아재가 된 뒤로 누군가의 팬이 돼본 적이 없는데, 우상혁 선수의 팬이 되기로 했다. 앞으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찾아보고 싶어 졌다. 주책이면 좀 어때. 코로나로 힘든 이 시기에 그의 긍정 에너지를 마음껏 느끼고 싶다.


금메달보다 더욱더 멋진 금빛 미소를 지닌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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