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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Sep 17. 2019

글 쓰는 목요일

empty folders에서.

글을 쓰고 싶었다. 세월의 바람에 의미 없이 사라지는 나의 하루가 몹시 불쌍했다. 허무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어떡하지. 뭔가를 해야만 했다. 인터넷 검색 창에 슬쩍 ‘글쓰기 강좌’를 쳐보았다. 다양한 강좌가 시골 밤의 별처럼 쏟아졌다. 그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empty folders’라는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문학 인 클럽’이었다. 일단 회사 근처여서 좋았고 이름이 맘에 들었다. 마치 개화기 시대 문학인 모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주저 없이 신청했다. 며칠 뒤 작가님으로부터 예쁜 초대장이 문자로 날아왔다. 그렇게 매주 목요일,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목요일 첫 수업은 미지의 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 낯선 작업이 주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책방 문 앞에서 한 참을 서성였다. 가야 될까 말아야 될까. 눈 한번 질끈 감은 뒤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는 책들 사이를 지나 글쓰기 공간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구름처럼 잔잔한 지용 작가님, 햇살처럼 환한 지은 작가님은 우리를 글의 세계로 인도해주었다.
 
 사실 전에도 글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고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즉석에서 글쓰기를 해야 했다. 주제를 정해서 쓰고, 무작위로 단어를 뽑아 쓰고, 옆 사람이 쓴 글을 이어서 썼다. 매 순간 나는 글감을 찾아 헤맸고 떠오르는 생각을 얼른 붙잡아 글을 썼다. 수업에서 썼던 글은 정리해서 카페 게시판에 올려야 했다. 점점 글의 매력 속으로 한없이 빠져들었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내 글을 살찌웠다. 어느덧 글쓰기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기쁨이 슬며시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바로 함께한 글벗의 글을 보는 시간이었다. 나와는 다른 빛깔과 냄새가 풍기는 글을 보며 신기했다. 내 글도 덩달아 다른 색이 덧대었다. 함께 서로의 글을 응원하며 한 발자국 씩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 순간 나는 목요일이 몹시 기다려졌다. 한주를 스쳐가는 그렇고 그런 요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요일이었다. 그냥 흘러갈 나의 하루가 글 쓰는 목요일을 만나 특별해졌다.
 
 나는 목요일마다 글을 쓴다. 내가 쓴 글로 삶이 새 생명을 얻는다. 그 순간만은 나도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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