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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05. 2019

매일 글쓰기로 찾아온 소소한 삶의 변화

작년 중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올해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글을 써왔다.

처음에는 별다른 일상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글쓰기를 하면서 나에게 심상치 않은 변화가 느껴진다.

남들이 보기에는 큰 변화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어서 한 번쯤 그 변화를 기록하고 싶어 졌다.


겁이 없어졌다.

우선 회사에서 문서 작성 시 겁이 없어졌다. 전에는 늘 문서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 쓰는 단어가 몇 개 안 되다 보니 그 문장이 그 문장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단어가 풍성해졌다. 내가 이렇게 단어나 표현을 많이 알았나 싶을 정도로 다채롭게 사용 중이다. 그러다 보니 문서 만드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리고 갑자기 작성해야 하는 문서들에 대해 두려움 또한 덜해졌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글감을 떠올리고, 이야기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나도 모르게 조금은 글 쓰는 단련이 된 것 같다. 지난주에는 연달아 몇 시간 안에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 찾아왔다. 당황하지 않고 써야 할 글의 핵심을 찾아 시간 내에 모두 완료했다. 내가 문서를 작성하면서도 나 스스로 놀랐다. 아. 가능하구나. 할 수 있었던 일이구나. 문서 작성 부담이 줄어들수록 회사 내에서 나의 개인 시간이 늘어났다. 회사생활의 소소한 변화였다.


기회가 많아졌다.

요즘 들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회사에서 글과 관련된 일은 되도록 멀리해왔는데. 최근에 생뚱맞게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부담되기도 했으나 무사히 그 업무를 수행한 후에 뿌듯했다. 전에는 보기만 해도 내 일이 아니다 싶어 피하기 바빴는데. 해보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후에도 보도자료 몇 건 더 작성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부담보다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으로 해 보련다.

회사 내에서 진행하는 문예 공모전에도 처음 도전해보았다. 주변에 당선된 선배 몇 분이 계시다. 그중 이미 책을 몇 권 내신 분들도 있는 자타공인 글쟁이들이다. 그런데 그곳에 내가 낸다고. 가당찮은 일이라 생각했다. 작년까지 공모전 문서가 공유되면 읽지도 않고 읽기 처리를 클릭했다. 그러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문서를 열어보았다. 소설, 수필, 시, 희곡 중 눈에 들어온 수필. A4 4매 안으로 작성.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 예전에 쓴 글 중 두 편을 선별해서 퇴고한 후 제출했다. 앞으로도 결과와 상관없이 매년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쓰니 마법처럼 쓸 기회들이 다양하게 생겨났다.


친구가 생겼다.

중년 남자는 외롭다. 어디 가서 이야기할 장이 점점 줄어든다. 회사에서는 어중간한 위치로 위아래로 행동이 조심스럽고. 친구들 만나면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나를 들어내기 어렵고. 집에서는 아이들 챙기기 바쁘고. 솔직히 어디 가서 내 이야기 속 시원히 할 곳이 없었다. 그러다 만난 글쓰기 공간. 이곳에서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맘껏 하고 있다. 그러다 좋은 이웃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친구를 어떻게 정의 내릴지 모르겠지만. 매일 글로 만나고. 일상을 공유하고. 공통 관심사가 있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고, 슬플 때 따듯한 위로를 건네고. 이 정도면 절친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이웃분을 직접 만난 적도 없고. 그 삶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글 안에서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글만으로 그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이다. 어떤 글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고. 어떤 글은 핫팩처럼 따듯하고. 또 어떤 글은 마음을 주체 없이 움직인다. 그런 글을 만나면 나 혼자 폭풍 감동한다. 그래서 열심히 글을 읽고.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단다. 정성이 담긴 글에 소중히 흔적을 남기는 일이 내 마음을 전하는 유일한 길임으로. 새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오래도록 보고 싶은 마음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그간 자랑거리가 없었는데. 한 가지 생겼다.

'얘들아. 나보다 최근에 좋은 친구 많이 사귄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삶이 기뻐졌다.

나는 요즘 발이 반쯤 허공을 떠다니고 있다. 기분이 늘 설레고 좋다. 이런 변화가 놀랍다. 사실 글쓰기를 만나기 전에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인생이 덧없고. 그냥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내 삶이 매우 불쌍했다. 그것이 무기력까지 이어져 안팎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만난 글쓰기. 내가 이렇게 활력 넘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요즘은 모든 일에 힘이 넘친다. 기분이 좋으니 회사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가정에서도 밝은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특히 이웃님의 글 속에서 아내와 아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마디라도 더 따듯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그간 꿈꾸었던 가족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되면서 가족 간의 소통이 늘어났고, 정이 더욱 돈독해졌다. 지금 나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은혜롭다.



이 모든 변화가 정말 놀랍다. 그저 매일 글쓰기만 했는데. 이렇게 삶의 변화가 일어나다니.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나니 계속할 수밖에 없다. 글 쓰는 것이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과 떨어져서 하는 취미도 아니므로 아내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그러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

내가 효과를 보아서인지 주변에 친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으나 뜨뜻미지근하다. 함께 하면 참 좋으련만. 다행히 회사 후배 한 명이 관심이 있어서 글쓰기 수업도 추천해주었고, 최근에는 함께 독서 모임도 다녀왔다.

나는 글쓰기가 제일 좋다. 쓰면 쓸수록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 나의 글로서 특별해짐을 경험한다.

글 쓰는 기쁨이 언제까지 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긴. 뭐. 내가 어떤 거창한 목적으로 시작한 일도 아니다. 쓰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그 일 자체가 나에게는 큰 기쁨을 주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 목적 없는 길이라도 외롭지 않다. 왜냐하면 함께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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