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하나의 책에서 주관하는 '2023년 내 인생 최고의 책' 독서모임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 작년의 테마는 시대였다면 이번에는 나와 닮은 주인공이 있는 책이었다. 참석한 회원들은 간단히 책을 고른 이유를 설명했고, 마친 후에 제비 뽑기로 자신의 책을 소개할 달을 정했다.
앞으로 매달 11명의 회원이 자신이 고른 책을 가지고 독서 모임을 한다. 나는 7월을 뽑았지만 그때 회사에서 인사이동이 예측되어 2월로 바꾸었다. 첫 번째라 살짝 부담이 되었지만 매도 빨리 맞는 것이 낫기에 서둘러 책을 읽어야겠다. 독서 모임에서 함께 나눌 발제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가 처음 '내 인생 최고의 책' 독서모임을 알게 된 것은 2019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새롭게 발령 난 근무지가 몹시 바쁜 탓에 신청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저 블로그로 소식을 접하곤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만 속으로 삼켰다. 1년을 기다리고 2020년부터 합류했다.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한 뒤라 가능했고, 특히 토요일 오후에 하는 모임이라 시간상으로도 맞았다. 그 시간이 햇수로 4년이 다 되었다.
독서모임 장인 원하나 대표님은 이 독서모임을 시작한 계기가 앤 후드의 '내 인생 최고의 책' 때문이었다고 한다. 나도 이 책을 선물 받아 읽어보았는데, 독서모임을 통해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책으로 소통하고 위로를 주고받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대표님은 이 책을 읽자마자 동일한 모임을 하고 싶어서 그 즉시 만들었다. 누구나 영감은 찾아오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늘 대표님의 추진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1년 동안 진행되는 장기 모임이고, 평소 선호하지 않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부담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독서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졌다. 더구나 혼자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읽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깨닫는 순간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글로 오롯이 담을 수 없는 직접 경험해야만 그 참 맛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내가 고른 책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읽은 분이 있었다. 이 책을 떠올리곤 사야지 했다가 집 책장 한구석에 꽂혀 있어 깜짝 놀랐다. 언제 어떻게 왔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책을 보니 앞부분을 읽었던 것도 같았다. 요즘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인터넷에서 본 줄거리 소개에서 주인공이 온갖 역경 속에서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한때는 긍정의 아이콘이라 불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파에 찌들어 소심하고 부정적인 마음으로 가득 찼다. 나이가 먹으면 점점 더 넓어져야 하건만 그렇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책을 읽고 함께 나누며 다시금 밝은 면을 찾고픈 소망이다. 왠지 그렇게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