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흥분된 목소리에서 어떤 책일지 몹시 궁금했다. 사실 가족 카톡방에 설 전날인 토요일에 가족 독서모임 공지를 한 후 개별 도서를 할지, 공통 도서를 할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기특한 둘째가 한 번에 해결해 주었다.
토요일 오후에 점심 먹은 후 우리는 테이블에 모였다. 둘째가 가져온 책은 낙송재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 지도'였다. 그간 다양한 책을 만났지만 지도에 관한 내용은 처음이었다. 무척 기대가 되었다. 천천히 함께 읽으며 점점 내용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 안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지도부터,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지도,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지도, 모두가 아는 유명한 지도까지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얼마나 흥미로운지 몰랐다. 늘 시큰둥하던 첫째마저 몸을 책 쪽으로 바싹 내밀며 관심을 보였다. 이미 책을 읽어온 둘째는 가이드를 자청하며 우리에게 내용 설명도 해주었다.
"우리나라는 조상들은 땅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데."
"지방 구석구석의 모양을 그린 지도는 그 지역의 관청이나, 도로, 문화 시설 등을 그려 넣어 백성들이 이용하기 쉽게 만들었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가 무엇인지 알아? 바로 혼일강리역국도지도야."
"대동여지도 크기가 3층 건물 높이와 비슷한가 봐."
어찌나 또박또박 읽어주던지. 둘째의 말은 글이 되고, 또 그림이 되어 멀리멀리 퍼졌다. 지도하면 대동여지도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깊고 넓다니. 나 또한 그간 몰랐던 점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지식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지도에 관련된 일화나 정확한 정보에 자세한 그림까지 더해지니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까지 읽어도 손색없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으며 관심은 확장되어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일대기를 그린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보기로 했고, 수원 영통에 있는 전국 유일의 지도 박물관 '국토지리정보원지도박물관'도 가보기로 했다.
45page 정도의 짧은 분량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 보니 30여분이 훌쩍 지났다. 둘째가 먼저 질문거리를 우리에게 던졌다.
질문거리
1. 딸의 질문
" 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도는?"
아빠 : 나는 평양의 표정을 고스란히 담은 <평양도>야. 10폭의 널따란 지도 안에 그 시대의 평양의 모습이 담겨있어 흥미로웠어. 선비들이 춤추는 모습이라든지,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까지 지도가 상세히 그려져 지금도 갈 수 없는 곳에 관한 묘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네. 지도를 통해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으려고 했다니. 지도를 보면 정말 그랬을 것 같아.
아들 : 나는 <홍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인상적이었어. 가장 오래된 세계 지도이기도 하면서 조선시대 사람들이 중국과 조선을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크게 나타내고 일본 등 다른 국가는 실제보다 작게 표시한 것이 재밌었어. 책을 읽으면서 지도가 단순히 땅의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 넘어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도 담겨 있는 듯해.
딸 : 나는 <울릉도 외도>가 좋았어.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데 이 지도가 그랬어. 산이 바깥이 아닌 안쪽 가운데로 모여서 마치 꽃봉오리 같았어. 지도가 참 여러 종류가 있구나를 알게 되었고.
2. 아빠의 질문
"지도를 만든 이유는?
아들 : 세상을 보고 싶은 궁금즘 때문이 아닐까. 나도 어릴 때를 떠올리면 지금 밟고 있는 땅이 어떻게 생겼나 알고 싶었거든. 본능인 것 같기도 하고. 책에서 처럼 위치를 나타내는 것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 시설도 알 수 있고, 때론 전쟁에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목적이 있는 것 같아.
딸 : 나는 다른 곳을 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인 것 같아. 맨날 살던 곳에 있으면 재미없잖아. 지도가 있으면 다른 지역도 찾아갈 수 있고, 특히 세계 지도가 있으면 외국도 갈 수 있잖아. 지금은 비행기도 타고 쉽게 갈 수 있지만 그때는 지도가 없다면 옆 마을도 가기 어려웠을 것 같아. 그래서 지도가 참 유용한 도구였어.
3. 아들의 질문
"접는 지도를 만든 이유는 무얼까?"
딸 : 가지고 다니 편해서겠지. 아까 대동여지도를 보니 엄청 크던데. 그걸 가지고 다니려면 불편했을 것 같아. 그래서 접는 지도로 만들어서 어디서든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들지 않았을까.
아빠 : 딸이랑 생각이 비슷한데. 지도를 자세히 나타내려면 먼저 크게 그려야 하잖아. 그런데 큰 그림은 이동에 불편하니 접는 지도를 만들어서 지도도 잘 나타내고 가지고 다니기도 편한 일석이조를 위해서 같아.
질문을 마치고 각자 소감을 나눴다.
소감
아빠 : 선조들이 지도를 정확한 땅의 모양을 알기 위한 것뿐 아니라 그 안에 정신이나 숨결을 담으려는 노력에 대단함을 느꼈어.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네.
딸 : 설날에 가족 독서모임을 하게 되어 좋았어. 내가 고른 책을 아빠와 오빠 모두 재밌게 생각해서 뿌듯했고.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책을 계속 함께 읽길 바라.
아들 : 기존에 읽었던 소설뿐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책도 독서모임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다음번에도 이런 종류의 책으로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어.
소감을 마치고 탁상 달력을 가져와서 다음번 모임 일정을 잡았다. 무엇보다도 고정적으로 모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 가족 독서모임을 하면서 그 영역이 확장됨을 느꼈다. 아들의 말처럼 책의 종류를 다양하게 가져가보면 어떨까 싶었다. 모르는 점을 알게 되는 기쁨도 있고, 이번처럼 영화나 박물관을 찾아가는 계획도 세우면서 독서 모임과 파생된 다른 일도 꿈꿀 수 있었다. 모임도 계속 발전해야 함을 하면서 느낀다.
이제 막 건져 올린 생선처럼 팔딱거리는 모임이 되었다. 그 흥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머릿속은 벌써부터 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