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세면장으로 향했다. 거뭇한 수염, 피곤에 잔뜩 찌든 눈과 한없이 하늘로 뻗은 머리카락이 거울에 비쳤다. 이마에 깊게 파인 세월의 자국은 어찌하란 말인가. 그 모습을 부정하고 싶어 두 손을 차가운 물에 담가 얼굴에 계속 퍼부었다.
이제 막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데 동그란 거울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사람다운 모습 같네. 괜스레 옷매무새를 다듬고 입을 꽉 다물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문 밖으로 펼쳐질 세상은 마냥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일 뿐이라고.
길을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향긋한 빵내음이 코 끝을 찔렀다. 잠시 멈춰 분주히 빵을 만들며 돌아다니는 젊은 사장님을 뿌연 유리창 사이로 바라보았다. 그 역시도 나처럼 바쁜 하루의 시작점에 섰다. 작은 목소리로 파이팅을 읊조리며 발길을 돌렸다.
서둘러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해서 이제 막 도착한 만원 지하철에 탔다. 잔뜩 구겨진 몸을 간신히 펴고,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다. 커다란 가방을 다리 위에 올려놓은 어떤 남학생 앞에 섰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문득 검은 창 사이로 겹겹이 둘러싼 내가 보였다. 한 숨조차 내뱉기 쉽지 않은 빽빽한 공간과 달리 텅 빈 눈동자는 무얼 응시하고 있는 걸까.
오전 일과를 마치고,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화장실을 찾았다. 이 순간만큼은 다른 건 모두 잊고 순전히 동작에 집중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은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곳곳에 얼룩이 묻은 거울틈 사이로 칫솔질이 더욱 거세졌다.
방송이 울리고 드디어 하루의 일과는 끝이 났다. 가방 안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문에 비춘 나는 고단함 속에도 그래도 무사히 마쳤다는 설렘을 감출 수 없는 채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보글보글 매거진 이번주 글감은 '거울'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은 한 주였지만 그래도 글로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