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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Mar 18. 2023

겨울왕국 말고 거울왕국 이야기

보글보글 글놀이 주제 “거울”

엄마~ 저 날고 있어요!


현실에서 겨울왕국을 찾아다니던 아이가 겨울왕국 대신 거울왕국을 찾아내었습니다.

날지 못하는 내 팔다리가 공중으로 붕~ 뜰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거울왕국세상을 알게 된 뒤부터는 아이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번씩 꼭 날아보곤 했습니다.

만 5세, 6세 그리워라 그 시절…

유치원에 다녀와서 동생이랑 함께 집 앞 도서관에 들러서 오후를 보내던 시절, 딸은 도서관 화장실 앞 커다란 거울에서 "내가 날고 있어" 하며 엄마를 불러댔었지요.


거울은 내가 바라보는 대로 무엇이든 그대로 비춥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요. 호수에 비친 달처럼 그 앞의 모든 사물들을 비추어 줍니다.


그런데 우리의 생각, 상상, 꿈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 마음에 비치는 그대로 거울처럼 비추지 않고 ’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희망을 걸어 성공을 이뤄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안이나 비관적인 생각이 만든 이야기로 자기 자신을 과거의 생각의 굴레에 가두기도 합니다.


혼자 산다면 어떤 꿈과 어떤 마음의 이야기를 만들던지 스스로 책임지면 되겠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로 살면서부터는 나를 보고 자랄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식은 부모를 거울처럼 비추며 성장하기에 가끔 얼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평소 어떤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는 엄마인가 늘 돌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둘째가 막 잠이 깬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 꿈에서 포켓몬스터 캐릭터들을 만나 너무 좋았다고 웃으면서 안겼습니다. 어느덧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분리해서 이해할 줄도 알고, 눈으로 본 것과 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가면서 잘 자라고 있구나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거슬러 올라가 보다 보니, 아직 현실도, 꿈도 아무것도 모르는 때라고 생각했던 어린 아기 때의 순수한 모습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순수함에 해답이 들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아이 같은 마음으로 거울 속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거울왕국’에서 살 수 있다면, 인간의 고통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복잡하게 만들어낸 마음의 이야기로 우리가 고통받을 때가 더 많으니까요.


TED VS Ramachandran 라마찬드란 박사 테드 강연

환상통(phantom Pai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교통사고 등으로 신체 부위가 절단된 환자가 손실된 부위에 극도의 통증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인도의 뇌의학자 라마찬드라박사가 거울을 이용해 환상통 환자를 치료하는 법을 개발해 환자들의 고통을 크게 덜어주었습니다. 현재 손실되어 있는  반대쪽 팔이나 다리 등의 신체를 거울을 통해 보면서 운동하면서 고통이나 가려움증을 해소하는 등의 치료를 하는 것이지요. 시각으로 많은 것을 판단하고 있는 우리의 뇌를 거꾸로 이용한 치료법입니다.


우리는 보는 데로 믿기 쉽습니다. 아무리 많이 들어봐야 직접 한번 본 것보다 못하다고들 하지만, 눈으로 한번 직접 본 것이 맞다고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요? 착각을 믿어도 좋은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요.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진실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지 않나요? 하지만 눈으로 실제로 본 것도 실제를 그대로 비춘다는 거울을 통하면 깜빡 속고 마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울은 죄가 없습니다. 속이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비출 뿐입니다. 그 모습에 이야기를 만들어 속이는 것은 거울이 하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이 하는 일이겠지요.


여러 마음이 만들어낸 소리에 끌려다니기보다는 가끔 속더라도 그저 비추는 거울을 친구처럼 두고 잘 지내고 싶습니다.

거울 속처럼 날 수 없다고 화내기보다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놀이를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겨울왕국도 거울왕국도 아무리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 해도 저는 그 속에서 갇혀 있지는 않을 거예요.

마법 없이도 날아다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봄이 왔으니까요. 아이들과 팔랑팔랑 나비처럼 날아보러 내일 집 앞 도서관에 들러서 이번엔 제가 나는 모습을 찍어보고 싶군요.



*매거진의 이전 글, 늘봄유정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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