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눈을 떴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거실로 나간다. 널따란 테이블 가운데에 놓인 노트북 앞에 앉았다. 완벽한 진공상태처럼 고요를 넘어 적막이 흐르는 공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잠시 식탁에 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끓였다. 금세 보글거리는 소리가 났다. 일회용 아메리카노 봉지를 뜯고 컵에 넣으니 얇게 퍼지며 고소한 커피 향이 퍼졌다. 컵에 코를 가까이하며 향을 음미했다.
다시 거실 테이블로 돌아왔다. 서서히 밝은 빛이 다가왔다. 하얀 커튼을 걷으니 창 밑 거실 바닥에 흑백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노트북의 검은 화면을 잠시 응시하다가 천천히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검은 장막을 친 듯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땐 제목을 먼저 정하면 좋았다. 써야 할 글을 농축한 제목 하나를 정했다. 이제는 손이 가는 대로 글길을 따라가면 되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고개는 연신 갸우뚱댔다. 다만 입가에 띈 미소는 지울 수 없다. 천천히 한 단락, 그리도 다음 단락으로 가다 보면 어느새 속도가 붙었다. 글은 수학문제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글에 나만의 공식을 대입하고, 한 가지 주제를 기승전결의 논리성을 가지고 끝까지 완성하는 과정은 쾌감을 주었다.
이제 중반을 넘어 마무리에 다다를 무렵 둘째 방의 문이 열렸다. 졸린 눈을 비비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빠, 뭐 해?"
"글 쓰는 중이야."
내 오른편 어깨 위에 올린 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이 좋았다.
"배고파?"
"응, 뭐 좀 줘."
조금만 더 가면 끝이 보였지만,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었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남았으니. 무얼 줄까 고민하다가 냉장고에서 냉동만두를 꺼내 에어프라이어로 구웠다.
뜨거운지 연신 호호거리며 조물조물거리는 자그마한 입을 잠시 바라보다 내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남지 그 끝을 만나기 위해.
보글보글 매거진 이번주 글감은 '아침'입니다. 토요일 아침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 사심을 가득 담아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