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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r 22. 2023

함께 여는 아침

< 보글보글 글놀이 - 아침 > 

휴대폰 알람이 울립니다. 

남편과 아내는 각자 휴대폰을 확인합니다. 누구의 알람인지 모를 소리에 잠이 깬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생사를 확인합니다. 아내를 품에 안고 스킨십을 나누며 조금만 더 누워있겠다는 남편과,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건 싫다며 투정을 부리는 아내. 요란스러운 아침이 시작됩니다. 


남편이 씻으며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아내는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전날 미리 끓여둔 된장찌개를 데우고 밑반찬을 꺼냅니다. 계란이라도 부쳐줄까 하다가 고기를 굽습니다. 오늘부터 식구들과 아침을 먹겠으니 일찍 깨워달라던 큰아들의 말이 생각난 까닭입니다. 고기를 굽고 나서도 허전한 마음에 비엔나소시지를 또 굽습니다. 아침 고기가 과하다는 어떤 이도 아침 소시지 앞에서는 무력해지니까요. 


남편과 아들 둘이 식사를 하고 있는 식탁에 아내는 커피 한잔을 들고 앉습니다. 

서로의 일과를 공유합니다.

서로의 낯빛을 확인합니다.

누군가의 투정과 고민을 들어줍니다.

서로의 안녕과 무탈을 기원합니다. 

하나 둘 빈그릇과 수저를 들고 일어납니다. 


귀가하는 시간이 달라 저녁을 같이 먹기 힘든 요즘, 시간 맞춰 함께 하는 아침 식사 시간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그마저도 자주 누릴 수는 없지만 어쩌다 하루라서 더 소중한가 봅니다. 


혼자 맞는 아침을 상상해 봅니다. 

커다란 침대를 혼자 쓰면서도 여전히 한쪽 끄트머리에 누워 눈을 뜨지 않을까.

눈을 떴어도 내가 살아있는 건지 죽은 건지 한참을 고민하지 않을까.

아침을 먹어볼 요량으로 주방에 들어서지만 텅 빈 밥솥을 확인하고 커피나 한잔 내리지 않을까.

내린 커피를 들고 괜히 집안을 서성이다가... 

가끔은 꿈꾸곤 했던 혼자만의 아침이건만, 그다음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양쪽 욕실에서 물소리가 분주히 들리고 주방에서는 볶고 끓이는 소리가 들리는 아침.

"엄마~ 수건~"

"여보~ 치약~"

"오늘은 나 먼저 나간다. 모두들 행복한 하루~"

흔한 아침의 소음이 제 상상을 가로막습니다. 


아침마다 남편이 통화를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돌싱인 그는 남편과의 통화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는 짓궂은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있다는 건 좋아 보입니다. 


아침식사를 성실하게 기록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꼼꼼하고 단정하게 차려먹는 루틴을 기록합니다. 

기록함으로써 더 잘 챙겨 먹게 된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그 친구의 아침식사 사진을 확인합니다. 


서로의 아침을 들여다봅니다. 

함께 하루를 엽니다. 


* 아침식사를 매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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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작가님의 글입니다.

전지은 작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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