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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Mar 20. 2023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보글보글 3월 3주 차. "아침"

이른 7시,

뒤척이는 동글이의 움직임이 느껴지면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꿈뻑이며 기다립니다. 한 바퀴, 두 바퀴... 뒹굴거리는 몸짓과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더니 벌떡 일어나 곁에 누운 엄마가 깰까 조심조심 침대 밑으로 내려선 후 욕실로 향하는 동글이입니다. 딸깍 스위치 소리와 함께 반짝 욕실 불빛이 창 너머까지 밝혀오고, 무거운 발뒤꿈치 콩콩대는 소리가 몇 걸음 들려오다 잠시 멈추면 나도 모르게 굳게 닫힌 욕실 쪽으로 귀를 기울입니다. 이내 들려오는 건강한 물줄기 소리... '오늘도 아들은 건강한 아침을 맞았구나' 안도의 마음이 스쳐 지나가고, 그렇게 나의 아침도 시작됩니다.



겨울방학을 맞으며 시작된 동글이의 '혼자 아침 챙겨 먹기' 미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침은 제 먹고픈 것을 알아서 먹겠다며 선전포고를 하더니 3개월 여 시간이 지나도록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앵글이에게 밥 하는 법을 가르쳤더니, 동글이도 5학년이 됐으니 누나처럼 밥을 해 보겠다며 두 발을 걷어붙이고 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법 잘하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는 동글이는 요즘 '나, 요리사가 되어볼까?'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계란볶음밥, 어느 날은 김치볶음밥, 또 어느 날은 토스트에 계란프라이... 종류도 다양하게 잘 챙겨 먹는 동글이가 기특하게 느껴지는 매일의 아침풍경입니다.



"동글아, 오늘은 뭘 먹을 거야?"

"글쎄... 뭘 먹을까?"

"엄마가 도와줘?"

"아니, 나도 잘할 수 있어. 아들을 한 번 믿어봐."


요즘 동글이가 잘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아들을 믿어봐.', '내가 알아서 할게.'. '나 사춘기가 시작되려나?' 등등의 말들을 할 때면 앵글이도 거쳐갔던 길인데 왜 유난히 귀엽게만 느껴지는지 잔소리도 꿀꺽 삼키게 됩니다. 늦둥이로 태어난 건 동글이에게 나이 든 엄마가 있다는 것 외에 단점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


새 학년이 된 동글이가 등교를 하고 나면, 남편과 앵글이의 아침이 시작됩니다. 각자의 취향대로 아침 식사를 하고, 두 사람의 일과가 시작됩니다. 모두가 제 갈 길을 가고 나면 이후 시간은 자유로워집니다. 뒷정리를 하고 아침거리를 챙겨 책상 앞에 앉아봅니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아침이 참 좋습니다.


샐러드 한 그릇, 커피 한 잔, 이번주에 읽을 책 한권 그리고, 노트북...


어쩌다 좀 꿈지럭거리면 아침이 홀라당 달아나버립니다. 늦잠을 즐기진 않지만, 침대에서 뒹굴대느라 아차 시간을 놓치면 아침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오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짧게 머물다 가는 아침이 얼마나 아쉬운지 되새길라치면 이내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하루를 공탕친 느낌이 들어 분통이 터지기도 합니다.


짧아서 아쉽고, 그래서 귀한 아침을 길게 쓰고 싶어 한동안 미라클모닝에 도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50여 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써 보니 하루가 충만하게 느껴졌습니다. 습관이 될 즈음 잠시 주춤거리느라 멈췄더니 다시 마음먹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기는 것 같습니다. 싱그러운 봄과 함께 새벽잠을 깨워봐야겠습니다.


3월 3주 보글보글 '아침'이었습니다.

4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 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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