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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pr 07. 2023

기사를 쓰고 기업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글쓰기 통해 '번아웃증후군' 이겨내고... '작가'라는 부캐 갖기까지

얼마 전 기업체 강의를 다녀왔다. 오마이뉴스에 지난 2월 24일 내가 쓴 기사 '번아웃증후군, 이렇게 극복했습니다'를 보고 메일로 강의 의뢰가 왔다. 그간 글을 쓰면서 출간이나 원고 작성 제안은 받아보았으나 강의는 처음이었다. 신기하면서도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관련 기사] 번아웃증후군, 이렇게 극복했습니다 https://omn.kr/22skw


기사에서는 사내 강사 활동을 통하여 '번아웃증후군'을 극복한 사연을 썼는데, 요청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사내 강사 활동뿐 아니라 글쓰기 등 부캐 활동 전반에 관해서 강의를 해주길 바랐다. 사실 언젠가는 말하고픈 이야기이기도 했다. 담당자에게 하겠다고 답을 보냈다.


강의 자료를 만들면서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연히 글을 알게 되고, 5년 동안 계속 써가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글은 늘 확장성이 있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뻗어갔다. 블로그, 브런치, 오마이뉴스, 출간까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쓰다 보니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번아웃증후군이 날 데려다준 곳

강의 당일, 조금 일찍 도착하니 담당자분께서 대기실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에 내가 그간 쓴 책 세 권이 놓여 있었다. 참여자 중 선정해서 선물로 증정할 예정이니 책 내지에 간단하게라도 글을 적어달라고 했다. 예정하지 않았던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의미를 담아보았다.


전국으로 지점이 있는 기관이라 일부 직원은 강의장에서 듣고, 나머지는 줌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담당자의 소개 후에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까지 들렸다. 크게 한숨을 쉰 후에 준비한 PPT를 펼쳤다.


긴장도 잠시, 좋아하는 일에 관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말이 술술 나왔다. 열중하는 직원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힘이 났다.


40대 초반, 번아웃증후군이 심하게 찾아와 길을 가다가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후부터 다른 어떤 일을 해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우연히 책을 다시 만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결국 글쓰기까지 하게 되면서 지금의 활력 넘치는 삶을 찾게 된 여정을 가감 없이 꺼내 놓았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렀고 마지막 PPT를 넘기며 마무리했다.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무사히 강의를 마쳤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사회자가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직원들을 대표해서 한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5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썼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네요.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지만 유지하기는 어렵거든요."


"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슬픈 일이 찾아오면 글에 담아 덜어내고, 또 기쁜 일이 있으면 글로써 표현하니 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계속 쓸 수밖에요. 매일 글로 하루를 정리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다가올 날에 대해 기대를 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그걸 실행하면서 삶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직장과 가정이 전부인 중년의 평범한 아저씨였다. 쓰다 보니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마음의 지평을 넓혀갔다.  

▲ '실배'란 필명으로 다양한 부캐활동을 하고 있는 내용을 PPT 강의 자료로 만들었다.

특히 이유 없이 무기력했던 공허함이 하나둘 채워지며 번아웃증후군을 극복한 점이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이었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활기차고 즐겁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출간의 기회도 얻어 책도 내고 오마이뉴스 기자 활동도 하게 되면서 작가, 기자 등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처음엔 누가 작가라고 부르면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부캐활동을 하면서 직장에서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삶에 활력이 넘치니 일도 더욱 힘내서 할 수 있었고, 작년 말에는 회사 내 '올해의 우수 직원'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면서 어떻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냐고 묻는데,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충천하고 열정적으로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호호 할아버지가 되어도 계속 글을 쓰고픈 마음


점심때 회사 동료와 산책하고 사무실에 돌아오는데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열어보니 '온라인 매일 글쓰기' 신청 날이었다. 블로그에 접속해서 신청서를 작성한 후 제출했다. 벌써 4년째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으로 매일 글을 쓰고 카톡방에 공유해서 실적을 점검하는 형태였다. 한 달에 50% 이상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중도 탈락함으로 꾸준함이 관건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  4년 간 계속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매일 글쓰기' 꾸준한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음 주부터 2분기 글쓰기가 시작된다. 어떤 하루가 나에게 다가와 글로 담아낼지 기대가 되었고, 비록 글 안에서지만 새로운 글벗을 만나고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며 소통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짜릿했다.


문득 20년 후를 떠올려보았다. 그때도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가 보였다. 새로운 글감을 찾느라 골똘히 생각하면서 입가엔 미소를 가득 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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