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Jun 01. 2023

책 읽는 가정 만드는 비법이 궁금하다고요?

교육지원청 주관 '책 읽는 가정 꾸리는 법' 강의 후기

"선생님, 이제 강의 의뢰 관련 연락 올 거니까 잘 받으세요."


갑작스러운 출판사 대표님의 전화에 살짝 당황했다. 그리곤 정말 핸드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교육지원청 담당자 000입니다. 저희가 가정에서 매일 10분간 가족들이 함께 책 읽는 프로젝트를 학교와 연계해서 진행 중인데, 선생님이 쓰신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 책을 읽고 강의 요청을 드리려고 연락을 했습니다."


담당자분은 꽤 오랜 시간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해 주셨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족이 책 읽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이렇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일단 알겠다고 답을 했고,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들었다. 대부분 처음 시작하는 분이고, 초등학교 저학년이 많으니 나의 경험을 사례를 통해 전해주길 바랐다. 더불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책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어떤 책이든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첫 발을 내딛는 막막한 심정이 어떤지 알기에 추천해 보기로 했다.


연락을 끊고, 마음이 분주했다. 기존 강의자료를 좀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책 선정이 필요하기에 전에 기록했던 자료도 살펴보고 그간 진행했던 내용도 찬찬히 떠올려 보았다. 그때, 인근에서 아이들에게 책 수업을 하는 지인이 떠올랐다. 첫째 친구 어머니인데 독서 지도사 과정을 이수한 후, 최근에 동네에서 공간을 냈다. 워낙 가족끼리 친한 사이라 스스럼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그분이 가능한 시간에 찾아뵙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놀랍게도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는 지점이 많았다. 역시 직접 책을 활용한 경험은 통하는 것이 분명해. 감사하게도 책도 한가득 빌려주었다. 그중엔 내가 직접 가족 독서모임을 진행했던 책도 있었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는 흥미롭고 재밌는 책 들이었다.


집에 가져와 하나하나 읽어보고,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 후 각각마다 이야기 나눌 거리를 만들어 보았다. 기존 PPT에 추가하고, 보완하며 차근히 준비해 나갔다. 강의 자료가 어느 정도 내 마음에 차야 안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드디어 '책 읽는 가정 꾸리는 법' 교안이 완성되었다.

강의 전에 반드시 시연하는 습관이 있다. 강의 전날 일찍 퇴근하고 돌아와 타이머를 켠 후 실전 같은 연습을 해보았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고, 곳곳에 유머 포인트도 담았다.


강의를 사랑하면서도 그전에 밀려오는 긴장감은 경험이 쌓여도 어쩔 수 없는가 보네. 늘 잘 될 상황과 그렇지 못한 때를 상상하곤 한다.


이번 강의는 대면이 아닌 줌으로 진행되었다. 질문을 던지고 답하며 현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선호하지만 줌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 담당자분께 되도록 이면 화면을 켜길 바란다는 요청을 했다.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다. 일찍 들어가 PPT도 체크해 보고, 음성과 화면도 점검했다. 화면에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참가자가 입장했다. 총 70 가정의 학부모가 신청했다고 전해 들었다. 다행히 꽤 많은 분이 화면을 켜주었다.

강의는 총 2시간이었다. 크게 숨을 한 움큼 들어마시고 내쉬며 곧 있을 격전의 순간에 돌입했다. 내가 가족 독서모임을 하게 된 계기부터 책 선정 방법, 추천 책등 준비한 내용을 전달했다. 종종 질문을 던져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성심껏 답하는 학부모들 덕분에 내가 더 신이 나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열기는 화면 넘어 전해졌다. 열심히 노트하고, 중간중간 채팅창에 질문도 하고, 화면 캡처 요청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걸까. 어느새 강의를 마친 소감에 다다랐다. 이어지는 질문도 얼마나 다양한 지. 준비한 시간을 넘어서야 끝이 났다.


강의를 마치고 이제는 불이 하나 둘 꺼졌다. 왜 이리 아쉬운 마음이 드는지. 모두 가정 안에 독서모임의 꽃이 활짝 피길 진심으로 바랐다.


담당자분께서 곧바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오늘 강의 너무 재밌고 좋았어요. 학부모님께 정말 큰 도움이 되었네요. 선생님의 생생한 사례가 그분들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희가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 책도 구매해서 신청 학교에 보내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연수가 있을 때 또 연락드려도 되겠죠"


나 역시 감사하다는 답을 하고, 불러주면 언제든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나중에 대표님이 알려주었는데 대량의 책을 구매했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이제 6월에는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대면 강의가 있다. 이번엔 신청자 분과 실습도 해보려고 한다. 책 읽는 가정이 더욱 늘어나길 바라며 차질 없이 준비해 봐야겠다.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을 출간하고 다양한 기회가 생겨난다.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책이다. 미처 강의로는 다 설명하지 못한 내용이 책 안에 모두 담겨있으니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북토크의 여운을 가족 독서모임으로 달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