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손기정 어린이 도서관에서 주관한 '초등학생 문해력 향상을 위한 가족 독서모임'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가족 독서모임에 관한 강의는 많이 했지만 문해력 관련은 처음이라 준비과정에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도서관 측에서 이론보다는 실제 사례나 체험 위주로 구성해 주길 바랐다. 그래서 무언가를 알려주길 보다는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강의를 구성했다.
원래는 차를 가져가려 했지만, 오늘 BTS 페스타가 있는 날이라 막힐 듯해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다. 지하철 역과 도서관 사이에 거리가 있어서 천천히 걸어갔다. 드디어 길 건너편에 도서관이 보였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책을 읽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담당자분이 다가와 강사님 아니냐고 묻더니 강의장으로 안내를 했다.
조금 있다가 관장님도 오셨는데, 담당자분이 직접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 책을 읽고 여러 강사 후보군이 있었음에도 나를 추천했다며 강의를 잘해주길 당부했다. 은근 부담이 되었지만 감사하기도 했다.
드디어 정시에 강의를 시작했다. 부부, 엄마, 아빠, 할머니 등 참석자가 다양했다. 아침 일찍 시작된 강의로 아이를 맡기고 와야 하는 엄마의 사정상 불참자도 있었다. 이미 담당자분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라서 그런지 시작부터 입이 풀렸다. 농담으로 문을 열고, 초반엔 자주 묻고, 답하며 참여를 유도했다. 모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어 감사했다. ppt도 열심히 사진으로 찍고, 노트 필기도 하며 궁금한 점은 바로바로 질문을 했다.
역시 강사는 반응이 있어야 힘이 난다. 분위기에 취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노력했다. 실제 가족 독서모임을 하며 아이들의 문해력이 부쩍 향상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체험했기에 그 과정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전했다. 책 읽는 방법, 토론하는 법 등 실제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법도 알려주었다.
끝으로 실습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 책'을 미리 준비해 달라고 도서관에 요청해 놓았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소리 내어 책을 읽고 궁금한 점은 질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판만 깔아 주었는데, 어찌나 열성적으로 참여하는지. 결국 강의 마칠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끝이 났다. 처음 실습을 강의 포함시켜 보았는데, 반응이 좋아 앞으로 적극 활용을 해야겠다. 마치 집단상담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할 이야기가 남았으면 끝나고도 계속 하라고 했더니 내가 꼭 있어야 한단다. 얼른 집에 돌아가 아이들 밥을 챙겨야 했기에 양해를 구했다.
8월에 잠시 쉬고, 9월에 또다시 강의가 연달아 잡혔다. 부모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과정도 있어서 내가 더 기대가 되었다.
강의를 마치고 담당자분께 감사 문자를 보냈더니 힘이 되는 답을 보냈다. 다음에도 이곳에서 강의할 기회가 생길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이 들었다.
처음 시작 할 때 내 강의를 듣고 가족 독서모임을 시작하는 가정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담당자분의 바람처럼 오늘의 강의가 참여자분의 가정에 싹이 트고 꽃이 피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가족 독서모임'을 주제로 한 강의가 갈수록 즐겁다. 강의를 하면서 관심 있는 분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미약하나마 그분들에게 힘이 되고픈 새로운 꿈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