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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l 06. 2023

아내에게 이걸 하고 반찬이 달라졌다

대화는 어렵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며칠 전 회사 동료들과 점심때 산책하다가 고민을 듣게 되었다. 유난히도 얼굴이 어두운 A는 입을 열었다.


"아내가 나랑은 대화가 통하지 않다고 자꾸 말하니 스트레스받네요. 벽에다가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그때 마침 여성 동료도 있어서 그 집은 어떠냐고 물었다.


"물어 뭐해요. 나는 아예 말을 안 해요. 기대도 없어요 이젠."


아마도 결혼 10년 차 이상의 부부에게선 대부분 갖고 있는 고민이 아닐까. 그날 여기저기 한숨 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화는커녕 말만 하면 대립하고 싸우니 아예 입을 닫는 편이 중간은 갔다. 살면서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고 그 간극은 더욱 커져만 가니 그럴 수밖에.


아이가 어릴 때만 해도 대화를 하다가 밤을 넘길 정도로 잘 통했던 아내와 나도 교육문제로 갈등을 고 나서는 말하기 두려웠다.


몹시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는 이런 말 못 할 슬픔이요. 찬바람 쌩쌩부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최근에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출간 기념 북토크를 다녀왔다. 거기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 팁을 얻었다. 일단 무조건 경청하되 말하는 상대방이 흥이 날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을 하여 잘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것.


그럼, 우선 아내의 관심사는 무엇이냐. 바로바로 BTS였다. 그래 나는 그들에게 무지하다. 하지만 내가 잘 알 필요는 없지. 물어보면 되니깐.


"여보, 내가 기사를 보니 슈가 친형이 결혼했더라. 글쎄 결혼식에서 사회를 보았던데. 팬들이 막 달려간 것 아냐."


소 닭쳐다 보듯 나를 바라보던 아내의 눈에 영롱한 빛이 흘렀다.


"당연히 비밀 결혼식이었지. 그리고 사회가 아니라 축사였거든. 나도 알았으면 달려갔을 텐데."


옳거니 미끼를 물었네. 평소 같으면 핸드폰 보거나 노트북을 끄적거릴 텐데 두 손은 차렷, 눈은 아내 입, 몸은 정면을 향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었다.


"근데 지난번 공연 갔을 때 슈가가 노래도 했어?

"야. 다른 멤버도 왔어? 대박이다."

"최근에 지민이가 부른 노래가 빌보드에 다시 올랐다는데."


그러다 8월에 있을 태국 여행으로 주제가 전환되었다. 여행 일정을 상의하며 어디를 갈지, 무얼 먹을지를 결정하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뭐지. 이 충만한 느낌 아닌 느낌은. 아내는 어느 때보다 밝고 신나 보였다. 우리는 밥 때도 잊고 말놀이를 빠져 있었던 것이다. 방에 있던 둘째가 나와 배고프다며 항의를 했다.


"오늘 기분이다. 오빠 먹고 싶은 것 해줄게."

"진짜? 앗싸. 나는 낙지 불고기!"


불고기 집에 있으니 낙지를 사가지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내가 가겠다는데 굳이 본인이 한다며.


아내가 뚝딱해 준 낙지 불고기에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우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 '신기하네. 이게 되네 돼.'라고 중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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