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를 꾸리고 저녁 7시쯤 기관 방문을 했다. 체육관에 들어가니 젊고 건장한 청년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시작부터 기에 눌렸다. 우리보다 평균 10살 이상은 어려 보였다. 유니폼과 점수판까지 준비되니 진짜 경기 같았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열심히 서로를 탐색하며 은근 신경전도 있었다.
간단히 몸을 풀고 첫 번째 시합을 시작했다. 긴장되었는지 슛은 연발 허공으로 향했다. 꾸역꾸역 넣긴 해서 1~2점 차의 초박빙 승부가 이어졌다. 저쪽이 힘으로 승부한다면 우리는 스피드였다. 나는 최상단에서 볼 운반과 속공을 담당했다.
전반은 1점 차 우리의 우세였다. 후반전에도 그 기세를 이어나갔다. 우리 팀 슛터의 손이 뜨거웠다. 상대는 손쉬운 득점 찬스에서 실수를 계속했다. 우리는 속공 중심으로 점수를 벌려나갔다.
상대방의 슛이 빗나간 순간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갔고 공이 전달되었다. 골대 앞에서 힘차게 뛰어오를 때 앞에 거대한 산이 하나 가로막았다. 그대로 슛을 쏠까, 패스를 할까 고민을 할 때 왼편에 홀로 서있는 동료가 보였다. 그대로 패스를 전했고, 골은 골망을 흔들었다. 우리의 승리였다. 얏호! 그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상대편 눈에서 이글대는 분함을 느꼈다. 이거 잘 못 건드렸네.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자 상대는 전면 강압수비로 압박했다. 활동량으로 우리 편이 공을 아예 잡지 못하게 타이트하게 붙었고 반대로 힘과 높이를 기반한 손쉬운 골밑 슛으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맙소사 전반은 아예 한 점도 넣지 못했다. 답답했지만, 기술, 나이, 힘, 높이 모두 밀리니 어쩔 수 없었다. 골대 안에만 진입하면 겹겹이 쌓고, 강한 몸싸움으로 밀려났다. 간신히 한 골을 넣는데 그치며 0패를 면했다. 허탈함이 밀려왔다. 상대편은 세 번째 경기를 제안했지만, 이미 모두 불살랐기에 거절했다.
헐....점수차이 ㅠㅠ
경기가 끝나고 일렬로 도열해서 악수를 했다. 비록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서로 부딪히고 땀을 흘린 자만이 느끼는 뭔가가 있다. 정리하고 체육관 밖을 나가니 붉은 노을이 눈앞에 아름답게 펼쳐졌다. 내 마음의 색깔과도 같았다.
뒤풀이는 인근 추어탕 집이었다. 맥주 한잔 하며 그제야 통성명을 했다. 다들 밝고, 인상이 좋았다. 후배들과의 만남은 늘 좋은 기운을 얻는다.
승부 때 타오르던 불꽃은 사라지고, 농담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좀 더 일찍 이런 시간을 마련했으면 좋으련만 멀리 떠날 때야 성사되어 아쉬웠다. 잔을 짠하며 정을 나눴다.
진한 뒤풀이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나는 시합 때 공중에서 몸을 틀어 패스를 하던 중 찾아온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나이 생각은 안 하고 이팔청춘인 줄 아는지. 이럴 때 나이 듦의 슬픔이 밀려온다.
가는 길에 후배에게 감사 카톡을 보냈다.
후배 초임 때 같은 기관에서 근무했었는데, 그때도 참 싹싹하고 겸손하며 일도 잘하는 멋진 친구였다. 10여 년이 훌쩍 지나도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에서 그의 성품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이도 분명 있다. 나는 그런 산 같은 사람이 좋다.
기회가 되면 한 번 정도 시합을 더 하고픈 마음이지만 어찌 될지 모르겠다. 때늦은 농구 늦바람이 중년 아재 가슴에 불을 질렀다. 단지 그 세기가 약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