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저자 강연회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잠이 깼다. 하필 여행까지 겹쳐서 마음이 분주했다.
전날, 딸은 인사말, 강연, 질문까지 오리엔테이션 담당을 맡아주어 정말 고마웠다. 이때는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저 때는 저렇게 표현하면 좋겠다며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누나와 조카들까지 참석하기로 해서 고마우면서도 살짝 부담되었다. 잘해야 될 텐데. 당일, 아들 일정이 조금 늦게 끝나는 바람에 서둘러 마포중앙도서관에 위치한 강연장으로 향했다. 내가 급한 모습이 보였는지, 옆에 탄 딸은 연신 호흡을 크게 따라 하라며 안정시켰다. 이번 강연의 매니저까지 자처하며 물심양면으로 챙겼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이미 작가님들이 모여 있었다. 생각보다 넓은 곳에 떨림이 더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무대 진행에 관해서 사회를 맡은 전직 아나운서이자 이번 책 공저자인 이윤지 작가님의 안내를 따랐다. 그 사이에 가족들이 도착했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이번 강연은 거의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하나둘 자리가 찼고,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무대 앞에 서서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는데 아뿔싸 중간에 연습한 인사말이 머릿속에서 새까맣게 사라진 것이 아닌가. 일단 떠오르는 데로 말은 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전날 그토록 되뇌었건만. 그래도 다행히 잘 넘어갔다.
소개를 마치고 작가 한분씩 5분간 짧은 글쓰기 강의가 진행되었다. 내가 맡은 부분은 '꾸준한 글쓰기의 힘'이었다. 사실 가장 말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 처음엔 여러 준비를 많이 했다가 시간 관계상 대폭 줄였다., 대신 사진과 퀴즈를 통해서 재밌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예전부터 소수의 사람과 만나는 자리는 떨리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면 오히려 긴장이 풀리며 숨어있던 끼가 발휘된다.
처음 유머 포인트로 잡은 부분에 관객들이 크게 웃는 순간 그다음부터는 계획대로 술술 풀렸다. 신기한 점은 어제 딸이 웃었던 바로 그 지점과 일치했다. 이래서 시연이 참 중요했다.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이번엔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순서였다. 나는 '글쓰기 모임이 꾸준히 제대로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요?'에 관해서 답했다.
이건 뭐 나를 위한 질문이지. 주어진 모든 시간을 '오프라인 합평모임'과 '온라인 매일글쓰기'를 알리는 데 썼다. 글쓰기 모임이 있었기에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도 알게 되었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관객들에게 반드시 글쓰기 모임을 해보라고 강조 또 강조했다.
강연이 끝나고 저자 사인회가 있었는데, 나는 아쉽게도 비행기표 시간 때문에 먼저 나왔다. 나중에 현장에서 사인하는 저자들의 모습과 함께 모여 강연장 무대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보며 끝까지 있었으면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분은 나중에 연락이 와서 나를 찾는 분들이 계셨다며 브런치 주소를 알려주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안해서 어쩌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짐을 챙겨 공항으로 떠났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회사 스케줄 조정해서 미리 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인터뷰에 이번 강연까지 떠나기 직전까지 계속되는 일정에 진이 다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