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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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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Nov 03. 2019

진실.

분주한 아니 부산한 출근길. 알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하긴 요즘 매번 이렇다. 급히 화장실로 씻으러 갔다. 앗싸. 오늘은 처남보다 내가 빨랐다. 비슷한 출근시간에 씻는 것도 묘한 경쟁이다. 씻고 나와서 와이셔츠를 다린다. 전 날 하면 좋으련만 늘 바쁜 아침에 이런다. 아침 대용으로 선식을 챙겨 먹고 양치하면 준비 끝. 밤새 충전해놓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구두 한번 쓱싹 닦는다. 핸드폰 버스 어플을 켜고 어디쯤인지 확인한다. 5번째 전 정류장이란 문구에 나설 준비를 한다. 습관적으로 멜론 음악을 켰는데 트럼펫 소리와 함께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제 퇴근길에 멜론 DJ 추천 음악에서 한 밤에 듣는 재즈음악 모음을 선택했었다.

아. 너무 좋다. 우연히 선택한 음악이 나에게 딱 맞을 때는 찌릿한 희열감에 빠진다. 그리고 무한 반복해서 듣는다. 마침 지하철에 빈자리를 발견했다. 살짝 눈을 감아본다.

어느 재즈 바에 앉아있다.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맥주 한잔하며 공연을 보고 있다. 조명은 불그스름하고 안개가 주변으로 흩어진다. 반바지, 민소매 셔츠, 슬리퍼, 밀짚모자. 에어컨은 고장 났는지 연신 땀이 흐른다. 음악에 취해서일까 몇몇이 무대로 향한다. 얼굴에 붉은 장미가 폈다. 선율에 맞추어 몸을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실루엣만 춤춘다. 음악과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몸짓에 나도 모르게 발 박자를 맞추고 있다. 어느덧 정렬적인 공연은 끝났고 사람들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여기저기 쏟아진다.

눈 뜨면 안 되는데. 귓가에 어슴프리 낙성대가 들렸다. 곧 내릴 시간이다. 지하철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빡빡하다. 로봇처럼 무표정한 사람들. 손에 든 가방이 한없이 무겁다. 사람들에 휩쓸려 밖으로 쏟아졌다.

귀에는 여전히 재즈 음악이 흐르고 눈 앞에는 현실이 가득하다. 뭐가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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