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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Nov 04. 2023

그 말

라라크루 금요 문장 공부

어떤 이의 지나가는 말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가슴을 후벼 판다. 뭐라고 마음의 생채기를 내는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참 많이도 아프네. 실상 실체 없는 그 말은 마음만 건드릴뿐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는 출근한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한다. 동료들과 밥을 먹는다. 그리곤 퇴근한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일상의 얼굴을 한 채로. 한때는 그 말하는 이를 몹시 미워하던 때도 있었다. 그냥 하는 말이라도 내가 아프면 나쁜 거야.     


찢어지고, 아물고, 딱지가 지고, 새살이 돋길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졌다. 내가 아픈 건, 주는 ‘네’가 아닌 받는 ‘나’ 때문이란 걸. 혼자 꽁꽁 싸매며 끙끙대던 때와 달리 여기도 말하고, 저기도 전하며 짊을 나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백 가지 안 좋은 점 중 한두 가지 나은 점도 있기 마련이니.     


그 말은 여전히 나를 흔들지만, 뿌리까진 건들지 못한다. 줄기 어디쯤 할퀴고 원상복구가 될 때쯤 사라진다. 언젠가 내가 더 단단해지면 잎사귀도 건들지 못할 날을 꿈꾼다. 까짓 올 테면 와보라지 라면서.    




2013. 11.3. 오늘의 문장


소심한 사람은 다름 사람을 집어삼키지 않는다. 소심인의 마음은 강풍 없는 선풍기와 같다. 미풍만 내보단다. 자기 마음이 멍들지언정 절대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다.(중략) 소심하면 뭐 어떤가. 소심인은 남을 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아플까 봐 머뭇거린다. 이건 몹시 아름다운 장점이고 인간적으로 대단히 멋진 특징이다. 나는 오늘 하루도 양처럼 책을 오물거렸을 뿐 아무도 할퀴지 않는다. 이 사실에 충분히 감사하다.


나민애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라라크루에서 진행하는【오늘의 문장】을 보고 【나의 문장】으로 바꾸는 문장연습을 해보았습니다. 가끔 별 말 아닌 것이 별 말이 되어 힘들게 할 때가 있네요. 언젠가 정말 별 말로 치부하며 지나갈 날이 오겠죠.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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