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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Nov 18. 2023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막연한 두려움 노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얼마 전 아내와 노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내와는 20대 때 만나 30대를 지나 40대를 함께 하고 있다. 이제 곧 50대를 맞이할 것이고, 그 구간을 지나면 노년 열차에 탑승하게 된다.


"여보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어떨까?"

"어떻긴. 그냥 그대로 늙어가는 거지 뭐. 아마 오빠는 그때도 뭐 한다고 빨빨대며 돌아다닐 것 같은데."

"그렇지. 근데 참 상상이 안 간다. 걱정도 되고."

"난 그때도 일 열심히 하면서 지낼 건데. 틈틈이 여행도 가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막연히 젊을 땐 중년은 장밋빛 미래였다. 지금보다는 덜 출렁대고, 평온할 거란 기대가 있었다. 막상 그때가 되고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인생의 과업을 어느 정도 완수하고 나니 부담감은 덜었지만 반면에 여전히 사소한 일에도 마구 흔들리는 '나'를 발견한다.


예전에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노배우가 나도 70대는 처음이라 서툴고 두렵다는 인터뷰를 한 걸 보면 그때가 되었다고 초탈할 거란 기대는 접어야 할지 모른다. 인간은 늘 영원할 거란 헛된 꿈을 꾸지만 나이 듦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명제이다. 갈수록 노년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은 커져간다. 이제부터라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온 듯하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교수의 미발표 원고가 그의 아들을 통해서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궁금했던 모든 것이 하나둘 풀리며 막연한 두려움마저 스르륵 풀렸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리교수는 노년에도 정력적으로 일하고 사람을 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하던 중 뜻하지 않은 천식이 찾아와 그의 삶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짐을 옮기는 일조차 버거워진 자신을 발견한다. 그제야 본인이 언제든 아플 수 있는 약한 존재임이며 스스로도 그간 노인은 늙고 힘없는 존재란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때부터 노년에 관해 객관적으로 돌아볼 눈이 생긴다. 그에 눈에 비친 노년은 막연한 장빛 삶도 그렇다고 컴컴한 어둠 속에만 있지 않았다. 100세의 나이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아, 최고령 고등학교 졸업생이 된 사례를 통해 희망을 보여주다가 건강을 잃고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슬픈 삶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특히 5장 '노년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란 챕터에서 노인을 차별하고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며 나이 들어서도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례를 통해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그가 제시한 예로,


'노년에는 최악을 예상하라. 최악이 아니면 감사하라.'

'노년은 인생의 최고의 시기이다. 끝까지 남아 있으므로'

'노년은 인생의 최고의 시기도, 최악의 시기도 될 수 있다. 어느 쪽인지는 자신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등이 있다. 나이가 들면 많은 사람이 세상의 문을 닫음을 안타까워하며 그럴수록 문을 열고 새로운 경험을 모색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노년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두려움도 건드린다. 몸이 점차 병들고, 쇠약해지며 죽음이 다가와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반복되며 마음 안에 두려움의 씨앗 커져만 간다. 그걸 이겨낼 해결책 중 '받아들임'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내하고, 특히 자신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구하는 노력을 통해서 그 안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는 점이다.


책의 마지막에 다다라서 노년의 삶도 청소년기나 중장년기에 만나는 여러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그 시기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견뎌내고 이겨내는 의지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신체가 노화되고, 죽음이란 공포가 수시로 찾아오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내면의 단단함을 키워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책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습득하기보다 노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성찰과 굳은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노년을 피부로 몸소 겪으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노학자의 이야기 우리 모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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