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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Dec 01. 2019

하나의 책 '문학 독서 모임' 마침표.

올해 독서 모임 마지막 날이었다. 조금 쌀쌀한 날씨에 딸과 나는 두툼히 옷을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날이 좋아서였을까. 평소보다 지하철은 사람으로 바글댔다. 예정보다 조금 일찍 '하나의 책'에 도착했는데 늘 그렇듯 반갑게 맞아주셨다.

딸은 떡하니 대표님 책상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대표님께서 설레는 제안을 해주셨다. 오래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해진다. 나는 무조건 하겠다는 답을 했다. 마음먹어 안 되는 일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그 어떤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독서 모임에 가기 전부터 이번에 하나의 책에서 출간한 조연주 작가님의 '백 퍼센트 강릉'을 사려고 했었다. 드디어 구입했다.

http://naver.me/Fo9cUjx7

강릉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비록 어릴 적 잠시 살았지만, 영원히 내 마음속에 고향이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강릉에서 일하셨다. 지금처럼 뻥 뚫린 길이 아니었던 대관령 고개는 구불구불 끝이 없었다. 겨울에는 혹시나 차가 미끄러지는 것이 아닌지 무서워서 잠도 못 잤었다. 멀미가 심해 검은 봉지를 늘 갖고 다녔었는데 그 고된 길이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책을 쓴 조연주 작가님이 문학 모임에 같이 참여 중이어서 사인도 받았다. 야호. 예전엔 시골 같았던 강릉이 지금은 정말 힙한 곳 되었다. 책읽고 글 따라 여행을 꼭 떠나보아야겠다.


드디어 하나둘 회원님이 모였다. 우리의 마지막 책은 김연수 작가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땐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주인공 '나'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만 해도 그런 데로 따라갔는데 그 이후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국 책을 두 번 읽었는데 신기하게 두 번째부터는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도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다. 나는 주인공 '나'와 연인이었던 정민의 이야기가 더욱 펼쳐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http://naver.me/FuJ1oVdQ

대표님은 제목에 대해서도 물었다. 대부분 책 내용과는 조금 생뚱맞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는 마음에 들었다. '외로움'은 나의 핵심 감정이다. 나는 스스로 '근원적 외로움'이라 칭한다. 누군가 대상이 있다고 그 외로움이 멈추지 않았다. 외로움은 부지 부식 간에 나를 찾아와 열심히 흔들고 이내 사라진다. 어떤 회원님의 말씀처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면 좋지 않을까. 나 역시도 조금씩 인정하고 있다. 결국 작가도 거대한 서사 속에서 인간의 가장 개인적인 감정을 담고 싶어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도 같다.

책에서의 핵심 문장을 찾아보았는데 나는 '연결'과 '외로움'을 꼽았다. 각자 개인의 삶이 끝에 가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혀진다. 책 안에서도 끊임없이 '연결'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래서일까. 계속 운명이 대물림되는 것을 보고 '유전', '학습'을 핵심 문장으로 꼽은 분도 계셨다. 나도 공감이 되었다.

이야기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큰 틀로 크게 4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광주 민주화 운동이 주는 임팩트가 커서 개인의 삶이 그 안에 묻힐 수 있지만. 작가는 그래서 더 개인적 서사를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결국 하나의 역사적 사실도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그런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작가의 문장은 상당히 직관적이다. 그래서 몇 번이고 곱씹어 읽게 된다. 마치 인생의 진리를 모두 깨우친 것 같기도 하다. 회원들 각자 들려주고 싶은 문장을 마무리로 모임이 끝났다. 우리는 4권의 책을 읽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서 모임의 매력은 자주 보지 않더라도 금세 가까워진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히 읽는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내 삶을 대입해서인 것 같다. 같은 책을 읽어도 마음을 울리는 지점은 모두 다르듯이. 나는 문학 독서 모임을 통해 내 삶을 정리할 수 있었고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내년에 하나의 책에서 진행하는 새로운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 1년간 진행되는 모임인데 너무 탐난다. 이미 양자 물리학의 법칙을 경험했기에  꼭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 또다시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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