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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받고 끊은 음식 3가지

운동은 식단관리도 필요하다

by 실배 Feb 19. 2025

식탁 위 주황색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사선이 그려진 길쭉한 막대 모양의 그것이 나란히 누워있다. 입 안에 군침이 돈다. 내 오른손은 미쳐 뇌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중 하나를 집어 배를 타고 올라, 목을 건너 입술로 향하려는 순간 정신을 번쩍 차렸다. 다시 제자리에 놓고는 손에 뭍은 알갱이를 털어내며 아쉬움에 젖어들었다.


PT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운동뿐 아니라 자연스레 먹는 음식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세상 좋아하던 과자를 끊었다. 힘들게 운동해서 300칼로리를 소모해 보았자 과자 한 봉지면 먼지처럼 사라지기에. 얼마나 억울한가. 초콜릿도 버렸다. 습관적으로 마시던 탄산음료도 적으로 돌렸다.


참 나. 내가 음식을 고를 때 칼로리를 따지고, 단백질이 얼마나 포함되는지 살핀다니. 나조차 이런 변화가 놀랍다. 그건 단순히 살을 빼겠다는 생각을 넘어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는 열망의 의지였다. 이제 곧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는 지천명, 오십을 앞두고 있다. 비록 하늘의 뜻은 헤아리지 못하더라도 내 몸이 보내는 신호는 관심 기울여 잘 살피고 싶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얼마 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회사 후배가 쓰려졌다. 이제 겨우 30대 중반인데 주말에 집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켜 먹던 중 과호흡 증상이 와서 중환자실까지 같단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당뇨 전단계로 판명이 났다. 후배는 평소 달고 짠 음식을 즐겨 먹었고, 집이 먼 관계로 회사 인근에서 밥을 사 먹었는데 대부분이 햄버거, 짬뽕, 돈가스, 분식 등 열량도 높고 가끔이라면 모르겠지만 매일 먹기엔 부담되는 음식이었다. 거기에다 후식으로 사탕이나 아이스크림까지 매번 먹었다니 몸이 탈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언제 다시 쓰러질지 모르겠다며 두려운 듯 바라보는 후배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이 가장 바빴던 30대 시절, 그깟 승진이 뭐라고 내 몸을 갈아 넣었다. 본사 근무를 2번이나 하면서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잦은 술자리에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는 서서히 몸을 파괴했다. 40대가 되어서 통풍, 고지혈증, 녹내장까지 마치 유충이 알을 깨고 나와 집으로 삼은 나무를 갉아 먹 듯 몸 구석구석 병들게 만들었다. 운동뿐 아니라 식생활까지 바꾸지 않으면 나의 50대는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어 나올 수없을 듯하다.


PT를 받기 전 트레이너는 먹은 음식을 매번 물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회원님, 오늘 저녁은 뭐 드셨어요?"


그때마다 뜨끔한다.


"아.... 오늘은 퇴근하고 제육볶음을 먹었네요. 괜찮은가요?"


"하하. 괜찮아요. 그래도 되도록 양념이 많이 된 짠 음식은 피하면 좋겠죠. 부득이하게 밖에서 드셔야 하면 백반을 추천드려요. 두부로 만든 음식도 좋고요. 회원님은 살을 빼기보다는 근육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 음식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드시되 신경은 쓰시면 좋겠어요."


왠지 괜찮다는 말이 괜찮지 않게 들렸다. 밖에서 식사할 때마다 트레이너의 말이 메아리처럼 귀에 울려 퍼져 나도 모르게 신경 쓰게 되었다. 지난번에도 야근을 해야 돼서 동료 직원과 무얼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반드시 햄버거를 먹겠다는 굳은 의지를 펼쳤다. 따로 먹을 수도 없고. 칼로리는 높지만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져 나름 완성식품이라 불리기에 애써 합리화하면 따라나섰다. 장소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이었다.


내 눈은 키오스크 앞에서 번뜩였다. 핸드폰을 꺼내 햄버거마다의 칼로리를 살피고, 감자튀김이 포함된 세트메뉴 대신 최적의 조합을 찾았다. 그래서 닭가슴살이 주재료인 햄버거를 고르고, 제로음료에 콘샐러드를 주문했다. 먹으면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이겠지.

브런치 글 이미지 3

회사생활 하는 입장에서 회식을 피할 수 없고, 주변 지인과의  음주가 동반된 약속 또한 관계유지를 위해선 필수불가결하다. 대신 평소에 열심히 운동하고, 음식조절도 하며 순간순간 찾아오는 이벤트는 그대로 즐겁게 즐기련다.


이제 곧 PT가 다가온다. 그날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트레이너의 질문에 움츠러 들지 말고 당당하게 답변을 해야겠다. 그러려면 무얼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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