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이는 것.
저만치 발아래 북현리 야경이 펼쳐졌다. 검은 도화지 같은 들판 사이로 점점이 모여 앉은 집집마다 불빛들이 새어 나왔다. 시내로 나가는 도로를 따라 가로등들이 줄을 잇다가 멀리 소실점으로 사라져, 손에 잡히지 않는 반딧불처럼 아스라해 보였다.
마당의 푸른 나뭇잎이 하늘 가장자리에 한들한들 바람에 떠 있었다.
창밖으로 손바닥에 올린 겨울 한 조각을 내밀어, 초여름의 햇빛과 밤의 달빛을 그 안에 담고 싶다. 무언가를 비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