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없이 살아가는 법
오늘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프랑스가 미식의 나라라고 하는데 너무 식당을 안 가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제 파리생제르망 경기를 보며 먹은 햄버거가 너무 맛있었기에 프랑스 음식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오늘은 하루 종일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늦은 오후에 나가기로 했다
숙소에 있으면서 데이터를 너무 많이 쓴 모양이다
와이파이가 없는 숙소여서 데이터를 계속 이용했다
무제한인 줄 알았던 요금제는 무제한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가려고 하니 연결이 되질 않는다
그래도 어찌어찌 다녀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전철역으로 향했다
저번에 실수로 산 나비고 티켓을 사용할 수 있을까 싶어 탭을 해보니 되질 않는다
그래서 충전을 하려고 생각하니 내일 공항까지 가는 걸 해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결국 뭔가 카드에 충전을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탭을 했는데 들어가지지 않는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말이 통하질 않는다
알고 보니 버스와 트램용 티켓을 잘못 선택했다
어쩔 수 없이 전철용 티켓을 결제하고 전철에 올랐다
데이터가 되지 않기에 구글지도도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그래도 구글지도에 남아있는 데이터와 지피에스를 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역을 지나다니며 와이파이가 연결이 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며 이동했다
한 정류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를 발견해서 내린 후에 가는 방법을 검색한 후 캡처를 했다
겸사겸사 돌아오는 방법과 혹시 내일도 데이터가 되지 않을지 모르니 숙소에서 공항 가는 방법까지 검색해 놓았다
한시름을 놓고 식당으로 향해 이동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환승을 해야 하는데 내가 가진 티켓으로 환승이 되질 않았다
어리벙벙하게 서있는데 어느 아주머니께서 자신의 카드를 대주시며 환승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런데 여기서 또 전철을 반대방향으로 타버렸다
그래서 내려서 환승을 하려는데 경찰들이 있었다
티켓을 확인하는데 티켓이 문제가 있는 듯했지만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이동하게 생겼다
전철에서 내려보니 벌써 시간이 5시였다
예약을 5시에 해놨는데 지각이다
그래도 늦게도 받아주지 않을까 하며 출발을 했다
가는 길은 등반 그 자체였다
지하철부터 난관이었다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될 줄 알았더니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다
결국 다 올라오니 4분이다
이제 몽마르트르 언덕을 올라야 한다
저번에 미니 기차를 타고 편하게 구경하며 올라왔는데 올라가려니 꽤나 힘들다
높은 계단이 두 개나 있었다
힘들게 등반을 하여 식당으로 도착하였다
그래도 나름 체력이 좋아졌나 많이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땀이 훅 나기 시작한다
식당에 도착하니 5시 10분쯤 되었다
자리에 앉아 땀을 한참 닦았다
메뉴를 시키려는데 큐알코드를 준다
그래서 와이파이를 요청했다
이 비밀번호를 치는데도 한참 애를 먹었다
한국에서 배우는 숫자와 알파벳 쓰는 방식과 다른 나라에서 쓰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이런 거는 컴퓨터로 출력해도 좋을 것 같은데 굳이 메모장에 손글씨로 써놨다
대략 10번 넘는 시도 끝에 성공을 했다
하지만 메뉴페이지로 못 들어가고 결국 메뉴판을 받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오는데 돈을 많이 썼지만 먹는데도 많이 쓰기로 했다
여기서 많이들 드셨다는 어니언수프와 에스카르고와 오리 꽁피에다가 화이트 와인 한잔을 시켰다
서비스비가 추가될지는 모르겠지만 총 64유로라는 큰돈이 지출이 된다
물론 온 김에 미슐랭 식당에도 들러보면 좋지만 깔끔한 옷도 없고 혼자 세 시간 넘게 식당에 있을 생각을 하니 좀 아찔 하다
그래서 밥 먹고 석양이다 보다가 갈 생각으로 몽마르트르에 있는 조금은 캐주얼한 식당을 골랐다
어니언 수프는 예전에 호텔에서 애피타이저로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파리에서는 조금 다를까 했지만 생각보다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양파로 이런 맛을 낸다는 게 신기하다
위에 올라간 치즈와 곁들이니 참 맛있었다
에스카르고는 솔직히 말하면 그냥저냥 그랬다
약간은 미지근한 온도였는데 가볍게 먹기 좋다는 생각을 했다
골뱅이보다는 부드럽지만 개인적으로 골뱅이가 더 내 스타일이다 싶다
한국 가서 골뱅이 무침이나 해 먹어야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맛있었다
빵과 함께 싹싹 긁어먹었다
애피타이저를 다 먹고 메인 요리인 오리 콩피가 나왔다
콩퓌라는 조리법이 저온 기름 장시간 익히는 조리법이기에 고기를 부드럽게 익힐 수 있는 조리법 이란다
오리 고기를 많이 먹어보지 않았기에 잘 모르긴 하지만 부드러움과 안 그런 것의 중간에 있는 것 같다
고기 자체의 맛은 담백했다
소스는 살짝 달콤했지만 나대지 않는 맛이었다
샐러드가 드레싱을 와인 비네거를 사용하여 새콤했다
이 상콤함이 고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고기와 샐러드를 잘 곁들여 먹었다
맛있게 먹은 후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했다
어느새 해는 지고 하늘은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계단에 낭만 있게 앉아 있고 싶었지만 날씨가 꽤나 쌀쌀했다
엉덩이까지 차갑고 싶지는 않았다
계단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는데 계단 아래에서 길거리 연주를 시작했다
석양이 지는 풍경과 사람들의 말소리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지니 아주 좋다
음악을 들으며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급작스러운 큰 변수에 굉장히 당황한 하루였다
내가 얼마나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여행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 잘한 것 같다
사실 목적지는 정해놨지만 가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가는 와중에 막막한 순간도 많았지만 마음 따듯한 사람들의 도움이 참 감사했다
프랑스에 와서 참 많은 감명을 받는 것 같다
어제 축구장에서도 열정적인 모습에도 감명을 받았다
오늘 밤으로 파리에서의 일정은 마무리되지만 나중에 한번 더 오고 싶다
2025.3.17
숙소에 어떻게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