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한 곳 찾아다니기
오늘 여행이 아쉽지 않게 많이 돌아다녀야지 생각한 것 치고는 계획이 거의 전무하다 시피했다
추천해 주는 곳들은 이미 가본 곳을 거쳐가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고민을 하다 지피티한테 안 유명한 관광지를 물어봤다
여러 곳을 알려주었는데 그중 세 곳을 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향한 곳은 Parc del Laberint d’Horta였다
오르타 미로공원이란다
내 숙소가 바르셀로나 남서쪽 외각이라면 이 공원은 북동쪽이었다
가는데만 해도 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내게는 U-usual카드가 있다
교통비 걱정이 없으니 어디든 가보자 싶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란다
18세기에 지어졌단다
확실히 공원에 있는 건물들이 약간의
연식이 보인다
이곳의 메인은 미로인데 아쉽게도 보수 중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올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규모가 엄청 크지는 않아도 공원이 잘 꾸며져 있고 한적하니 아주 좋았다
사람들에게 꼭 가라고는 못하겠지만 이런 곳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공원 옆으로 낡은 경기장이 있었다
올라오며 사람이 안에 있어 보여서 들어갈 수 있나 보다 짐작만 했다
내려오며 경기장을 한 바퀴 도니 들어가는 곳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 지역 주민들의 스포츠 센터나 다름없었다
옥상에 간이 건물을 지어놨는데 그곳에서는 농구를 했다
경기장의 가운데에는 풋살을 할 수 있게 되어있고 그 가에는 사이클을 탈 수 있는 트랙이 깔려 있었다
경기장의 좌석들은 오래 안 썼는지 먼지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사회인 아저씨들의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빠르지는 않지만 꽤나 재밌게 플레이하셨다
이곳에서 내려와 좀 걸으니 꽤나 넓은 풋살장이 나왔다
풋살장을 여러 개 연결해 유소년들 축구를 하고 있었다
축구를 보러 경기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선수가 프리킥 골을 하나 작렬했다
남자 유소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의 가족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말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축구가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싶었다
잘 구경을 하고 다음 목적지로는 Hospital de Sant Pau로 향했다
이곳은 원래 병원이었단다
옆쪽에 신식 병원 건물을 지어놓고 이제는 관광지화를 했다
입구에서 메인 건물을 바라보는데 참으로 이뻤다
정말 독창적이었다
원래는 돈 쓸 생각 없이 겉에만 훑어보고 가려고 했다
입장료가 18유로라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내가 또 언제 와보겠어 가 또 날 움직이게 했다
3만 원 지금 더 쓰나 안 쓰나 별차이 없다 그러며 결제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입장하기를 잘했다
입장을 해서 정원과 이곳의 건물들을 보니 참으로 이뻤다
솔직히 가우디 양식보다 이곳의 건물들이 더 이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건물로 들어가니 홀이 참으로 이뻤다
약간은 가우디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사진을 보니 이곳을 병실로 사용한 모양이다
끝으로 가니 예전의 모습을 재현도 해놓았다
천천히 걸으며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부분에 있었다
이곳에 와서야 이곳이 유네스코에 지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식들을 참으로 이쁘게 해 놓았는데 양식이 이것저것 섞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우디의 그것과 이슬람의 그것 등등 다양한 것이 뒤섞여 상당히 독창적이면서도 화려한 곳이었다
나오면서 들어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둘러보고 나오니 배가 고프다
마침 시간이 시에스타 시간인 3시다
원래는 간단히 햄버거나 먹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니 좀 더 즐기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변 맛집을 찾아보았다
베네수엘라 맛집이 있었는데 평점이 4.9로 높았다
한국분들의 댓글도 평이 좋았다
스페인에서 먹는 베네수엘라의 맛이라니 나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뭘 먹을까 하다가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택했다
소고기, 닭고기, 새우, 주꾸미, 감자튀김, 양상추가 뒤섞인 음식이 나왔다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소스통을 이렇게 많이 주는 것도 처음 봤다
소스와 음식을 다양하게 곁들여 먹었다
그중 나는 옥수수 맛이 나는 마요네즈 소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맛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맛이 없을 수 없는 맛없없의 조합이었다
맛있게 먹은 후 Bunkers del Carmel로 향했다
이곳은 예전에 벙커로 사용했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데 란다
원래는 석양 시간에 맞춰서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하늘이 흐린 게 석양은 물 건너갔다 싶었다
버스를 타고 근처로 가서 20여분을 걸어야 했다
역시나 전경을 보려면 계단을 언덕을 올라야 했다
찬찬히 오르며 이쁜 꽃들과 다 오르지 않았음에도 보이는 전경을 만끽했다
이곳에 오르려고 하니 해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덕분에 땀은 흐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정상에 도착하니 벙커였던 친구는 폐허가 된 채 그라피티로 뒤덮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었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들며 한잔을 하기도 하고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이 없지도 않으면서도 혼잡하지 않을 정도라 참 좋았다
위에서 여유를 부리며 있다가 보니 해가 또 구름사이에 숨었다
일몰시간까지 시간이 꽤 남았기에 어디를 갈까 하다가 약간 피로감이 몰려와서 일단 숙소를 들르기로 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밤을 즐기러 나오자 했다
숙소에 들어가 낮잠도 자고 저녁도 먹고 뒹굴뒹굴하다 보니 어느새 10시가량이 되었다
잠깐이라도 산책을 다녀오자 하고 길을 나섰다
길이 생각보다 깨끗했다
확실히 저번 숙소가 이민자들이 많은 곳이었던 것 같다
작은 바에서는 축구를 보며 한잔씩들 하고 있었다
가족단위의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신기했던 건 두 아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었다
말은 못 알아 들었지만 음은 확실했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영향력이 여기까지 미치는구나 싶었다
슬슬 걸어가는데 쇼핑몰로 보이는 건물이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 닫은 곳이 많은데 그래도 꾸준히 사람들이 드나든다
궁금하기도 하고 갈 데도 없고 해서 한번 들어가 봤다
1층은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런데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니 꽤나 놀랐다
이 동네 사람들 다 여기 있었구나 싶었다
중앙 홀에는 큰 화면에 축구가 틀어져 있고 여기서 한잔들하며 축구를 보고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식당에서 식사들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늦게 저녁을 먹는다 더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저녁을 즐길 줄이야 싶었다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의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본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숙소가 중심지에서 멀지만 나름 이런 것들을 볼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건가 싶기도 한 밤이다
2025.4.12
나름 마음에 드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