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행복
다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고생해서 살이 빠질 줄 알았던 모양이다
여행 다녀온 나를 처음 보고 하는 말들이 몸이 더 좋아졌네 뿐이다
여행을 간 김에 이것도 저것도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본다
사실 여행지의 음식을 먹기보단 숙소에서 내가 해먹은 음식으로 살이 유지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단 일을 찾기 전에 몸을 좀 건강하게 하자 생각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생각했다
다이어트는 사실 간단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개인적으로 먹는 것과 운동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생각해 보면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하루 먹는 칼로리를 1500칼로리 아래로 두기로 했다
배부른 것이 아닌 적당히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를 먹으면 900칼로리쯤 나오는 것 같다
튀김류를 먹으면 1300~1500칼로리가 우습다
한 끼를 맛있게 먹고 나머지 끼니들은 바나나나 단백질 셰이크로 배고픔을 달랜다
적은 양으로 든든함을 느끼기 위해 최대한 오래 먹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깨작깨작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최대한 천천히 먹고 나면 은은한 기분 좋은 배부름이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 끼를 고대하게
된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최대의 고민이고 큰 행복이다
오늘은 어린이날 엘지와 두산의 야구 2시 경기를 보기 위해 11시에 점심을 먹었다
우삼겹과 양파 계란을 이용한 볶음 라면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양이 부족한 듯 하지만 적당히 배부른 게 기분 좋다
885칼로리 아주 좋은 한 끼였다
요즘 칼로리를 fatsecret이란 어플에 메모를 하고 있다
칼로리 관리하기가 쉬워졌다
이렇게 관리한 지 어느새 15일째이다
빠른 진행 속도는 아니지만 3킬로 가까이 빠졌다
감사하게도 배고픔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약간은 둔감한 사람이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배고픔이 큰 고통이 아닌 것이 감사하다
아무래도 적게 먹으면 밤이 고통스러울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혹시나 찾아오는 배고픔으로 잠이 오지 않는 다면 그 몸의 상태를 온전히 받아내고 있다
사실 찾아오는 배고픔이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담배를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보조제를 쓰는 것도 좋지만 찾아오는 몸의 반응들을 온전히 견디어 내는 것이라 들었다
물론 아직 백수이고 큰 스트레스가 없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직장에서 그리고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사람들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이제까지 내가 배고파서 무엇을 먹었다기보다는 습관적으로 그리고 심심하고 허전해서 무엇을 찾아 먹은 것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먹는 행위가 사실 큰 재미와 행복 아니겠는가
먹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하고 먹고 뒷정리까지 사실 큰 시간을 차지한다
배달을 하더라도 어플을 켰다가 뭘 먹을까 고민하고 왜 이리 비싸하며 내려놓았다가 또 아른거려서 또 들여다보았다가 주문을 하고 배달시간에다가 먹고 정리까지 하면 그 시간이 엄청 긴 시간이다
사실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냐가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먹는 것보다는 잠자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들는 적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시차 적응을 생각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스레 맞춰지는 시차가 참 재밌다
가끔 이렇게 글이 올라오면 얘가 심심한가 보다 생각하면 되겠다
배고픔을 참으며 약간은 좋아지는 것 같은 얼굴을 보며 큰 위안을 삼는다
2025.5.5
어린이날 맛있는 한 끼를 먹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