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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3)

잠이 늘었어

by 이재민

오늘은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서 해변지역으로 나가보았다

시티투어 버스가 하나인 줄 알았는데 회사 세 개가 경쟁을 하는 모양이다

세 개가 하는 줄 알았으면 비교해 보고 싼 곳으로 할걸 그랬다

뭐 비슷비슷하겠지만

운행하는 걸 보니 세 회사 다 비슷한 루트로 비슷한 회차로 움직이는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고객이 셋으로 나뉘다 보니 아테네 중심부를 제외한 두 코스의 텀이 많이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실시간으로 버스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48시간에 세 개 코스를 갈 수 있는 25유로짜리 티켓을 끊었다

오늘 날씨가 많이 풀려서 바람을 맞아도 그렇게 춥지 않아서 좋았다

10유로만 더 추가하면 72시간에 나이트 투어 버스도 탈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쉬운 것 같다

나이트 버스는 좀 추울 것 같기도 해서 안 한 게 나은 건가 싶기도 하다

내 숙소에서 가까운 정류장인 13번에서 버스를 탔다

4번에서 다른 코스로 갈아탈 수 있었다

시티버스를 타니 높은 버스 위에서 뚫린 지붕을 통해 하늘과 높은 위치에서 이동하며 구경을 할 수 있기에 언제나 좋다

중심부의 길이 좁고 차가 많아서 찬찬히 움직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건물들과 풍경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까지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스 아테네에 와서 아프리카보다 물가가 많이 비싸졌다는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좋은 점이 있다면 청소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다

뭐 물론 직업상으로 청소를 하는 미화원 분들도 계시지만 집 앞을 쓸고 닦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깨끗한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게 좋고 나라의 수준이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에 돌아가면 집 앞 청소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티버스를 통해 바닷가를 가볼 수 있었다

날이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버스에서만 보고들 가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내려서 해변가를 거닐어 보고 싶어서 내렸다

해변가의 입구를 찾기가 힘들었다

조금 걸으니 입구가 보였는데 5유로의 입장료가 필요했다

순간 속으로 고민을 했다

잠깐 들어가서 구경만 하고 나올 건데 비싼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가까이서 안 보고 가는 게 아쉬웠다

겨울이었지만 상당히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많은 수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름이었으면 정말 사람 많았겠다 싶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해변에는 쓰레기가 하나도 없었고 물은 어찌나 맑던지 준비만 되어있다면 수영도 하고 싶었다

물에 비치는 강렬한 태양과 그 위에서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놀라운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5유로라는 돈이 이곳을 잘 관리되는데 쓰이고 있구나 싶어서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주변 식당에서 브런치를 즐긴 이후에 시간을 맞춰서 시티버스를 타고 시내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와서 제1회 올림픽이 열린 장소이자 2004년 양궁 경기장으로 활용된 panathenaic 경기장을 갔다

이곳도 입장료가 있었다

10유로였는데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겉에서만 구경을 하고 왔다

그리스의 특색을 살려서 정말 아름답게 잘 만들었다 싶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아시아 마트에서 한식재료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근데 그 거리가 마약 하는 사람이 많은 거리라 해서 주의하라는 이야기도 듣기는 했다

궁금해서 마트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있다

리뷰를 보니 많이들 다녀간 것 같길래

설마 내가 가는 곳이 그곳이겠어? 하며 다녀오기로 했다

마트에 다가갈수록 좀 어두침침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노숙하시는 분들이 좀 있기도 하다

그래도 겁먹지 않고 구글지도를 따라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러는데 바닥에 주사기들과 약병들이 나뒹굴고 있는 것을 봤다

마약을 하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것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으니 오싹한 마음이 들었다

밤에는 이곳에 싸돌아 다니지 말아야겠다 싶다

마트에 들어가니 다양한 아시아 제품들이 있었다

한국제품도 꽤나 많았다

라면과 과자들 김치와 떡 같은 냉장 제품도 많았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냉동식품으로 어묵과 버섯 그리고 면을 사고 중국식 국물 소스가 있길래 골라가지고 왔다

숙소에 와서 재료를 막 때려 넣고 국물 맛을 보니 살짝 심심하다

한국에서 해외오기 전 파김치갱 팝업에서 팔았던 라면땅 수프를 가져왔는데 그걸 넣으니 얼큰하니 아주 좋다

하루종일 찬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와서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을 먹으니 온몸이 흐물흐물해진다

이따 저녁에 야경 보러 나갔다 오려고 했는데 못 나갈지도 모르겠다

요즘 잠이 늘었다

여행 초기만 해도 새벽에 잠을 깨서 다시 잠을 못 이루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잠이 부족한 느낌이다

자는 시간은 많은데 더 자고 싶다

아무래도 오늘은 저녁 산책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2024.12.30

깊은 하품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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