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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미끄러진다.

다섯 번째 글: 혹독한 겨울

by 혼돈의 나

겨울이다.

눈이 온다.


밤새 내린 눈에 차 위 눈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집을 잘 나서기 위해 집 앞 눈 치우기에 바쁘다.

집 문 앞 눈을 쓸고 앞마당 눈을 치우고

차 위에 눈을 치우고

차 창에 얼어버린 얼음을 깨고, 녹이면 땀이 쫙...

샤워하고 싶어 진다.

운동이고 노동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군 복무 때가 생각이 난다.)


애들을 학교 보내고, 출근 준비하고 차에 탄다.

얼어붙은 차가 엄청 춥게 느껴진다.

한기가 가득하다.


시동을 걸고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다.

차에 열기가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있기도 쉽지 않다.

지구 기후 변화를 체감하는 나로서는

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걱정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공회전시켜도 되나 싶다.

공회전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출발을 한다.


고속도로는 눈이 잘 치워져 있지만

일반도로는 군데군데 눈과 얼음이 도로 위에 있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

차 타이어와 사륜(4×4)에 기대어 본다.


회사에 도착하는데 앞 차가 그것도 트럭이 미끄러지고 못 올라가는 게 보인다.

조심스레 후진을 해본다. ㅎ

트럭이 결국 올라가고 나도 10m도 안 되는 언덕을 빠르게 올라간다. (미끄러지기는 싫었을 것이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조심스러워진다.

바닥이 얼음이고 눈이다.

이 나이에 미끄러지면 허리든 손목이든 심하게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조심 걷게 된다.


회사 안에 들어서면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고

얼굴이 간질간질해진다.

외투를 벗어 두고 내 사무실에 가면

자연스레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고

머그잔을 들고 커피를 찾으러 간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아침 느낌을 회사 안에서 가득 느껴 보지만

하루가 녹록지 않다.

많은 미팅과 바쁜 일정으로 가득하고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나 없어도 잘 돌아갈 거다. ㅎ


퇴근 즈음에 본 회사 내 조직 개편은

또 한 번 겨울이 추운 게 느껴지고

겨울엔 누구든 미끄러지기 쉽다는 거다.


나도 더 높은 자리로 가고 싶다.

연봉도 많이 오르고

직장 내 중요한 직책에서 좀 더 힘 있는 목소리로 회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


하지만 어떤 직장이든 진급/승진은 쉽지 않다.

특히 나 같은 아시아인에게는 이들은 더 높은 자리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조직표를 보고 있자면...) 연봉이라도 많이 받고 싶어 진다. ㅎ


겨울이다.

눈 폭풍이 가득하고

바람이 매서우며

나는 또 한 살을 먹는다.


집에 돌아와서 애들이 만든 눈사람을 보며 난 여기에서 살기로 선택한 나 자신에게 말한다.

"어디서 살든 힘들다"

"가족이랑 행복하면 됐지"


나중에 애들이랑 동네 언덕에서 눈썰매나 타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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