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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환 Jun 14. 2016

여행자 2

<낯선 여행자의 시간 | 개정판> 연재 #3

이러한 최소한이 지켜지지 않고 붕괴될 때
그 인간 사회는 야만과 다름없는 약육강식의 사태가 지배하게 된다...
이것은 앞으로 다가올 세대의 인간 존재를
부조리와 광기의 도구로 언제든 전락시킬 수 있는 가치의 몰락이며,
가치의 학살이며 따라서 그것은 모든 사태와 인식할 수 있는
보편 가치들의 몰락으로서 불행이다...




나는 권력에 복종하고 종속되며 그것의 앞잡이가 된 언론을 보며 이성을 가진 존재자로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이 배우거나 적게 배우거나 교양의 높음과 낮음의 문제, 지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고 살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것과도 다른 문제이다. 단순한 오류가 아니며 죄 있는 자가 평범한 인간의 양심을 범죄의 도구로 삼아 범죄하게 하는 참혹한 사태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비양심이 일상화되어 가는 현실 사태가 점점 확장되고 있며 인간 존재의 의식을 좀먹고 있다.


나는 우리의 의식을 좀먹는 걸레들을 언론이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비관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 존재 각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역사의 어느 한 시점에만 발생하는 문제도 아니다. 또한 이것은 어떠한 정치적 세력의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인간 존재 최소한의 양심 문제이며, 최소한의 인식 문제이며, 사회 체제를 구성하는 인간 존재로서 최소한의 양식 문제이고, ‘사회’ 혹은 ‘국가’라는 체제 내지 체계라는 규범을 있을 수 있게 하는 ‘이성적 분별의 문제’이다.


이러한 최소한이 지켜지지 않고 붕괴될 때 그 인간 사회는 야만과 다름없는 약육강식의 사태가 지배하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 상식이다. 이것은 앞으로 다가올 세대의 인간 존재를 부조리와 광기의 도구로 언제든 전락시킬 수 있는 가치의 몰락이며, 가치의 학살이며 따라서 그것은 모든 사태와 인식할 수 있는 보편 가치들의 몰락으로서 불행이다.


역사를 왜곡한다는 것, 의식을 조작한다는 것, 무엇보다 그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존재로서 시민, 즉, 인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외면하는 것은 바로 <광기를 접종하는 것>1과 같다.


욕망을 주체할 길이 없거든 미친 듯이 권력에 집착하면서 피비린내를 풍기지 말고 밤과 낮을 가리지 말고 차라리 성애와 관능의 유희를 탐닉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욕망에 대한 솔직함이 동물적 인간의 행위로 차라리 너그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관능이라는 암캐는 한 입의 살덩이를 거부당할 때 한 입의 정신을 정중히 구걸할 줄>2안다.


우리는 인간일 뿐이다. 한낱 인간일 뿐이므로 우리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가장 인간적인 존재인 것이다. 위대한 무언가를 이루고자 목적하며 태어난 것이 인간이 아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므로 우리는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공동의 목적을 찾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도대체 어떠한 존재이며 인간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존재자가 타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 체제, 국가 체계를 통해 대화하며 진보시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우주 공간의 어느 누구라도 신적인 인간으로부터 혹은 초월적인 인간으로부터 은총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인류에게는 애당초 신앙이라는 것이, 보편적 진리라는 것이 존재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계속>




1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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