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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환 Jun 09. 2016

여행자 1

<낯선 여행자의 시간 | 개정판> 연재 #2

나의 시간은, 이 낯선 여행의 시간은
도대체 ‘왜?’라는 회의와 의구심에 대해 갖게 되는
적대적 경계와 맹목, 확신에 찬 긍정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반항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생각과 양심을 검열하는 데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사회 체제를 장악한 세력이 몰아가는 대로 열심히 달리며 자기도 모르게 그 열띤 대열에 속한다는 소속감과 성취감 같은 괴이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세계의 한 존재자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소중한 진리를 상실하고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하면서 입버릇처럼 내뱉는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말로 인간성 상실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점점 낯설어진다. 오랫동안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곳과 시간과 사람들이 낯설어지고 있다. 그 낯섦에 대해 사람들은 조금의 의문도 품고 있지 않다. 심지어는 점점 상실해가는 자신에 대한 낯섦에 대해서도 말이다. 오직 ‘왜?’라는 회의와 의구심만은 여전히 낯선 대상이며 경계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나의 시간은, 이 낯선 여행의 시간은 도대체 ‘왜?’라는 회의와 의구심에 대해 갖게 되는 적대적 경계와 맹목, 확신에 찬 긍정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반항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회의와 의구심을 거세시켜 나가고 있는 것인가. 심지어는 힘에 대한 추종—정치권력에 대한 추종과 그러한 구조와 유사한 것에 대한 복속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에 인간들의 양심적 지성이 그것에 복종하고 종속되기를 즐기는 ‘생각하려 하지 않는 걸레’가 되어가는 것인가. 나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일상으로 빚어지는 것에 대해 지독한 혐오감을 감출 수가 없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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