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도 Jul 20. 2022

‘퇴사하겠습니다.’ 언제 말할까?

퇴사 튜토리얼 - ‘퇴사 통보’의 시점에 대해



퇴사 열풍이 불고 있다.


마치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내가 미련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문을 갖게 될 정도로 퇴사를 미화하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다.


하지만 퇴사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회사에 입사를 해야 하는 것이고, 회사에 입사를 한 이상 언젠가는 퇴사를 해야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퇴사’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특별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퇴사’가 매우 심각하고 크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생계를 유지하는 월급이 들어오지 않게 되고, 퇴사 이후 나의 생활이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결정하는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4번의 퇴사를 한 경험이 있다.


퇴사를 한번 할 때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으며, 회사마다 다양한 절차들이 있었다.


감정적인 부분은 최대한 자제하고, 퇴사를 담백하게 절차적인 부분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주제는 ‘퇴사 통보’이다.



예전에  외국인 임원 한국과 외국의 ‘퇴사 통보 시점 대한 대화를  적이 있었다. (대화는 영어로 이루어져 경어체로 번역했다)






외국인 임원: 한국사람들이 퇴사한다고 이야기할 때는 보통 다음 이직할 회사랑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난 다음에 통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나:  그래? 그럼 외국에서는 어떤데?


외국인 임원: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한국은 특히나 다 정해지고 나서 정말 퇴사를 ‘통보’하더라고. 외국에서는 보통 퇴사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직속 상사한테 이야기를 하지.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직속 상사한테 이야기를 해주면, 회사에서 뭔가 좀 대응을 할 수 있잖아. 어떤 불만이 있는지, 회사가 들어주고 해결할 수 있는 불만인지 말이야.


나: 아무래도 퇴사 통보를 한다는 것을 무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미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은 회사가 해결해줄 것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외국인 임원: 그러니까 말이야. 정말 진지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진지하게 회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나 역시도 한 번도 퇴사 이전에 퇴사를 고민하는 것을 직속 상사와 논의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상사와 친하다 하더라도 퇴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에게 웬만큼 든든한 대안이 없다면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괘씸죄’라고 해서 내가 다른 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알리는 순간 불이익에 대한 위험이 있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대화에서 외국인 임원에게 느낀 점은, 퇴사를 고민할 때 회사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내가 퇴사하고자 하는 이유가 사라진다면, 퇴사를 굳이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하는 업무에 비해 나의 직급이나 연봉이 낮은 것 같다는 불만은 어찌 보면 회사 차원에서 충분히 듣고 해결책에 대해 당신과 논의를 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회사에서의 퇴사 이유는 ‘업무 방식’(정말 많은 사건과 이유들을 엄청나게 축약해서 한 단어로 만들어 본다면)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 방식’에 대한 불만이 절대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퇴사를 통보하였을 때 회사가 제시한 해결책 역시 ‘지금은 힘들지만 참고 배우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 뿐이었다.


“힘들게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배운 것들이 제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라고 회사 (당시 나의 직속 상사, 위에 이사님과 부서장 전무님, 인사팀 담당자 등을 통해 듣고 답했다)에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그때 배운 것들이 도움 되는 것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는데 드는 고통에 비해 나중에 ‘써먹을 데’가 없는 배움이 크다는 것은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그 외국인 임원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것, 그리고 그 이후에도 3번의 추가적인 퇴사 경험을 놓고 보았을 때에도 여전히 ‘퇴사’라는 주제는 힘들다.


하지만 ‘퇴사’를 생각하기 전까지 나의 커리어 계획에 대해서 직속 상사와 평소에도 충분히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 본인의 ‘커리어 발전’에 필요한 도움들과,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많은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명확히 알게 되었다.



당장 ‘퇴사’에 대한 주제로 상사와 이야기하기보다는, ‘나의 커리어 계획’에 대해서 충분히 직속 상사와 혹은 인사팀과, 아니면 믿은 만한 선배에게 이야기를 해보자.


대화의 결론이 ‘퇴사’ 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결론이 ‘퇴사’라 할지라도 이후에 ‘그때 그런 불만을 얘기라도 해보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은 없을 것이며, 계속 회사를 다닐 내 동료들은 최소한 나와 같은 이유로 퇴사하게 되지는 않을 수 있고, 최소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한 후련한 마음은 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충분히 한 후에도 당신의 상황은 가장 잘 아는 것은 당신 자신밖에 없다.


만약 퇴사가 최선의 결정이라면, 퇴사하면 된다.


퇴사해보면 회사에서 아등바등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된다.



언제가 할 퇴사, 결국에는 타이밍의 문제다.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커리어 선택, 좀 이기적으로 보이면 어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