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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ug 11. 2022

영업사원이 매장을 진단하는 4가지 기준

처음 생활용품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영업사원의 역할은 회사를 대신해서 회사의 제품을 거래처에 납품하고, 소비자가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여 회사에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단순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 제품에 대한 설명과 입점 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하는 과정, 소비자가 매장에서 우리 제품을 제대로 보고 알고 선택하게 하기 위해 하는 노력 등이 주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제품이 판매가 되고 있는 '매장(Store)'이다.

결국에는 제품을 납품하는 제품 공급업체(Supplier)와, 제품을 판매하는 거래처 (Retailer/ Customer),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사 (Competitor), 그리고 우리의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소비자(Shopper/Consumer* - Shopper와 Consumer의 구분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별도로 하기로 하겠다)까지 모든 판매/구매 행위가 이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제품 공급업체와 판매하는 거래처,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매장'이다.

그리고 영업사원에게 이 '매장'을 잘 파악하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그래서 매장에 가면 어떤 것들을 어떤 기준으로 보고 관리를 해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원래 입사 전에도 마트나 백화점을 구경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던 나로서는 '특별히 다른 방법이 있겠어?'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매장을 보고 관리하는 교육을 받고 나서는 매장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매장 안에서 봐야 할 것은 총 4가지이다. 입점/ 진열/ 행사/ 가격.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마트, 동네 슈퍼, 편의점, 백화점, 옷가게 심지어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어떤 카테고리의 어떤 매장을 가더라도 이 4가지 기준만 알면 된다.


이 4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 4가지 기준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입점 상태 (Distribution/ Product Availability)


어떠한 제품들이 매장 안에 입점되어 있는지를 체크한다.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헤어케어'카테고리의 제품이 총 10개인데, 이 매장에는 6개만 입점이 되어있다면? 우리 회사의 해당 매장 헤어케어 카테고리 제품 입점률이 '60%'인 것이다. 당연히 목표는 100%를 맞춰야 하며, 왜 이러한 40%의 차이가 생겼는지를 파악하고 모든 제품을 입점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장을 가도,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입점해있는지를 확인한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입점해있다 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좋은 물건들이 입점되어 있는지를 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입점된 물건들을 보게 되면 매장을 관리하는 매니저 (보통은 '점장'이라고 불리는)나 MD/상품 바이어의 안목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보통은, 어떤 매장에 방문했을 때 전반적으로 입점된 상품의 질이 좋지 않거나 종류가 많이 없다면 다음부터는 잘 안 가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선호하는 제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찾는 제품이 많은 매장으로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파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장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 제대로 입점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고 판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진열 상태 (Shelving/ Product Visibility)


매장의 진열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다양한 물건을 진열하기 위해 무한정 진열 공간을 늘릴 수도 없고, 안 팔리는 물건을 진열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진열 공간이나 위치를 잘 선정해야 한다.


보통은 잘 팔리는 제품 혹은 잘 팔릴 것 같은 제품을 소비자가 보기 좋고 손으로 잡기 좋은 위치에 진열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제품의 진열 공간의 넓이는 보통 제품의 판매 점유율에 비례해서 결정하게 된다.


많이 팔리는 제품을 많이 진열하고, 적게 팔리는 제품은 적게 진열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 보니 잘 안 팔리는 제품을 공급하는 공급업체에서는 어떻게든 더 눈에 잘 띄는 진열 위치에, 더 많은 공간에 진열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소비자의 구매 트렌드를 이해하고 이러한 트렌드를 제품 진열 상태에 반영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팔고 있어도 찾지 못해서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는' 제품을 잘 진열해 놓으면 해당 제품을 보고 해당 판매 공간으로 고객이 올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도 제품의 올바른 진열은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잘 나가는' 제품이 아닌 '한때 잘 나갔던' 제품을 잔뜩 진열한 모습을 보면 왠지 이 매장은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매장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3. 홍보/행사 상태 (Promotion/ Merchandising)


매장 운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행사'! - 입점/진열/가격 모든 것이 한 번에 합쳐져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을 홍보하고 행사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마트의 매장을 보면 각 매대의 끝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매장에서 더 홍보하고 싶은 제품들을 진열한다. 보통 매대의 끝에 있다고 해서 '엔드(End) 매대'라고 부른다. 비슷한 행사 매대로는 매대와 매대 사이의 넓은 공간에 섬처럼 있는 '아일랜드(Island) 매대'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오늘의 특가'혹은 '기획전'등의 형태로 행사를 운영한다. 이러한 특별 행사를 어떻게 운영하지도 매우 중요하다.


보통은 신상품이나, 잘 나가는 제품을 할인/ 혹은 사은품 행사를 할 때 활용을 한다. 공급 업체 입장에서도 이러한 행사를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어떤 식으로 행사를 기획하느냐에 따라서 소비자의 반응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 잘 나가는 제품은 1인당 한정 구매 물량을 정해야 할 수도 있고, 너무 안 나가는 제품은 괜히 했다가 제품의 이미지만 더 좋지 않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가는 매장에서 정기적으로 어떤 행사를 하는지, 알게 된다면 이를 활용하여 필요한 물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가 있으니 미리 행사 계획을 보면 도움이 된다. 아니면 판매 직원한테 슬쩍 물어봐도 된다.


"혹시 이 제품 곧 행사 계획 없으신가요?"


백화점에서 조금 가격이 있는 패션 제품을 살 때도 종종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한 번은 판매 직원이


"이 제품은 다음 주부터 30% 세일 들어가는 제품이에요."


라고 친절히 말해줘서, 제품 구매를 1주일 미루고 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적도 있다.

직원 입장에서도 고가의 제품을 팔면서 이런 정보를 얘기하지 않았다가 고객 컴플레인을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합리적인 선에서 알려주는 편이다.


4. 가격 책정 (Pricing)


가격 책정.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다. 제품을 얼마에 팔 것인가. 아무리 좋은 제품도 적절한 가격으로 책정이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구매를 하지 않을 것이고, 판매자는 제품을 팔게 되더라도 적절한 이윤을 남길 수 없다.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보통 제품을 만드는 비용인 제조 원가, 상품을 배송하고 진열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마진 등을 고려하여 책정을 하게 된다. 보통 '행사 가격'은 적절한 마진 이하로 판매를 하면서 제품을 사용해보고 제품의 좋은 점을 느껴보고 지속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Trial) 등의 목적으로 하게 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같은 기능을 하는 제품이라면 행사를 하는 제품을 선택하여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심한 식품/ 생활용품 카테고리에서는 행사를 하지 않는 제품을 사면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이 다른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좋다면 가격 할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겠지만, 우리나라는 정말 거의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품질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이 '가격'이 구매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외국의 유명한 기업들이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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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어떤 매장에 가더라도 이런 4가지 기준으로 매장을 쭉 훑어보게 된다. 그리고 영업사원이나 매장 입장에서는 얄미운(?) '체리 피커(Cherry Picker)'가 되어 필요한 물건들을 합리적으로 구매한다.


나도 그냥 너무 신경 안 쓰고 물건 사고 싶은데, 너무 이런 것들을 아니까 그냥 살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는 오지랖에, 여전히 매장에 가면 이 매장은 이렇게 운영하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생각들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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