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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ug 26. 2022

처음 가본 홍콩에서 매출 분석이라니

갑자기 가게 된 홍콩에서의 프로젝트. 두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그중 첫 번째는 홍콩에 있는 900개의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우리 회사의 제품 판매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에 앞서 프로젝트를 의뢰한 홍콩의 대표와 북아시아 사장님과 프로젝트의 목표와 기대 범위에 대한 내용을 논의하고 정리했다.


홍콩은 처음이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보통 세일즈 전략 기획을 세울 때에는 전체적으로 우리 회사의 물건이 어떤 경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가 되고, 소비자가 제품 구매를 위해 돈을 지불하면 어떤 형태로 우리 회사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이러한 경로를 파악하고 구조화하다 보면, 편의점과 같은 거래처의 유통망이 갖추어져 있는 곳과 동네 슈퍼와 같은 일반 소매점에서의 구조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렇게 물건이 공급되는 단계 하나하나마다 보통은 거래 계약 조건이 발생하게 되며, 다른 비용과 인력, 그리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당시 홍콩 시장에서 일반 생활 용품이 판매되는 유통 채널은 크게 두 개 채널이었다. 하나는 Key Account라고 하는 '본사-매장'구조의 채널 - 홍콩에는 편의점보다는 매닝스(Mannings), 왓슨(Watsons)과 같은 드럭스토어 채널이 Key Account의 주요 거래처였다. 또 하나는 일반 소매점 (General Trade)이다. 홍콩에 가면 보통 일반 약국처럼 생겼는데 온갖 제품들을 다 파는 매장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한자와 영문으로 매장명이 병기되어 있는 그런 매장들이었다.


<사진 1. 홍콩 주택가에 있는 일반 소매점. 네온사인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화려한 간판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단은 이러한 일반 소매점의 운영을 총괄하는 담당자와 대화를 했다. 워낙 홍콩의 일반 소매점에서 경험이 많은 친구라 내가 와서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는 조심스러웠다. 이 친구도 그렇게까지 내키는 상황은 아니었겠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된 마당에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자료들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다양한 자료들을 공유받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을 요약하자면, 우리 회사 매출의 절반 정도를 이 일반 소매점 채널에서 해내고 있었다. 운영은 다른 외부 대리점을 통해서 운영이 되고 있었으며, 대리점에서는 개별 점포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8명의 본사 영업사원들이 홍콩 지역을 8개로 나누어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의 지역 구분은 대략 중국 본토인의 방문이 많은 관광지/ 중국 본토인을 제외한 다른 관광객이 많은 지역/ 로컬 홍콩인 거주지역/ 외국인 주요 거주지역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었다. 더 자세하게 나누자면 더 자세하게 나눌 수 있었지만, 소비자의 구매 습관 등을 고려한다면 더 큰 구분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는 900개 전체 점포의 2년 치의 월별 매출 데이터를 받았다. 일반 소매점의 매출 분석을 위한 데이터는 보통 회사에서 2가지를 보게 되는데, 첫 번째는 우리 회사 제품이 개별 일반 소매점으로 매입된 금액, 두 번째는 해당 점포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그 제품을 구매한 금액이다. 가장 좋은 것은 그 두 가지 데이터를 다 보는 것이지만, 일반 소매점의 경우 개별 점포의 판매 데이터를 공급업체에 공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자료는 우리 회사 제품을 얼마나 해당 점포에서 받았는지를 보고, 소비자가 그만큼 구매를 했다는 가정하에 분석을 하게 되는 것이다.


2년 치의 월별 매출 데이터를 보니 거시적으로 몇 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1) 최근 2년간의 전체 채널의 매출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음

2) 전체 900개 매장에서 상위 20% 매장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음

3) 상위 매출 매장들은 대부분 중국 본토인 방문이 많은 관광지이며, 특정 브랜드 제품의 구매가 도드라짐

4) 상위 매출 매장에서의 매출 감소폭이 평균 매출 감소폭보다 큼


데이터로 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나온 내용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진짜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 글은 저의 해외 프로젝트 경험에 대한 시리즈의 글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성 있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며, 홍콩 생활이 궁금하신 분, 해외 프로젝트, 트레이드 마케팅, 영업 전략 기획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화: 갑자기 홍콩에 프로젝트를 가라고요? (brunch.co.kr)

2화: 여보, 우리 홍콩 가서 살까? (brunch.co.kr)

3화: 그렇게, 홍콩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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