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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ug 28. 2022

홍콩과 중국의 접경지대, 나는 미스터리 쇼퍼가 되었다

2017년, 한국에서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갑자기 홍콩 지사에 가서 한 달간 프로젝트 참여의 기회가 있었다.

좋은 기회였기에 나는 승낙하여 나는 흔쾌히 홍콩으로 떠났다.


살면서 홍콩에 처음 갔던 것은 어린 시절이었던 1996년, 홍콩이 반환되기 이전 비행기 환승을 위해 잠깐 내려서 시내 관광을 했던 것이었다 (악명 높은 홍콩 시내 한복판 구룡 성채 근처의 '카이탁 공항'이 있던 바로 그 시기이다!). 어린 시절 잠깐 겪었던 홍콩은 '물속에서 사는 것 같은' 극한의 습함과 더위였다. 홍콩 영화에서 봤던 화려한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는 2013년부터 1년에 한 번 정도 짧은 출장의 기회로 갔던 것이 다였다. 그나마도 홍콩섬의 번화가 호텔에서만 업무상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홍콩에 대해서 이해하거나 느낄 기회는 전혀 없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맡게 된 프로젝트의 주제는 ‘홍콩의 일반 소매점 (General Trade) 채널에서의 우리 회사 제품 매출을 늘리는 방안’이었다. 사실 많은 제조/유통 업체에게 '일반 소매점(General Trade)'채널은 많은 숙제이다. 하나의 '일반 소매점'이라고 보기에는 개별 상점의 특이점이 너무 많았고, 운영 상에서도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기는 아쉬운 그런 채널이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경험한 적 있다. 몇 개월 동안 내가 프로젝트 범위로 잡았던 수도권 일대의 수백 개 점포를 돌아다니면서 방대한 양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서 제안을 했던 경험이 있다.


몇 개월간의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하면서 느꼈던 것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나보다 한국 시장에서 일반 소매점 채널을 훨씬 오랜 기간 경험하셨던 선배님들의 지식은 내게 넘사벽이었다. 몇 달 안에 데이터나 점표 방문을 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바로 데이터 분석과, 데이터 분석에 따른 인사이트, 그리고 매장 방문과 실무자분들의 인터뷰를 통한 인사이트 검증 및 해결 방안 정리였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일단 홍콩 시장의 매출 분석을 통해 전반적인 시장에 대한 이해를 했다.

(매출 분석에 대한 자세한 스토리는: 처음 가본 홍콩에서 매출 분석이라니 (brunch.co.kr))


1차적으로는 2년 간의 우리 회사 제품이 일반 소매점에 입고된 판매 데이터를 분석했다. 900여 개 매장의 월별 브랜드별 매출을 분석하고 나니 몇 가지 인사이트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를 요약하자면,


1) 현재 우리 회사의 일반 소매점 매출은 상위 20% 매장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2) 이 80%의 70% 이상이 중국 본토에서 온 여행객 혹은 상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지역에 위치한 매장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3) 그리고 문제는 이러한 꼭 이겨야 하는 매장 (Must win stores)에서 우리 회사 제품의 매출이 최근 2년간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사이트에 대해서 실질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다.


먼저 실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고 수집 가능한 뉴스나 외부 데이터 등을 통해 대략적인 시장의 상황은 파악했다.


회사의 매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다. 1) 시장의 전체 규모가 줄어들거나, 2) 시장의 규모는 유지되거나 커지고 있는데 시장에서 우리 회사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경우이다. 사실상 시장 전체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어떻게 해보기가 쉽지 않다. 시장 점유율을 유지만 해도 절대적인 매출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 규모는 그대 로거나 커지고 있는데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어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도 그러한 상쉽지가 않다.


다양한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우리 회사의 홍콩에서의 매출은 시장의 감소, 시장 점유율의 감소 두 가지 경우가 모두 해당되었다.


먼저 시장 규모의 감소 원인은 홍콩의 규제 변화, 경제 상황에 따른 크게 두 가지로 파악이 되었다.


첫 번째로, 중국 당국의 규제로 중국 본토인의 하루 홍콩 방문 횟수를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숫자 (Traffic) 자체가 감소한 것이 하나가 있었다. 홍콩의 내수 경제 자체가 중국 본토에 굉장히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나, 중국 당국에서 이러한 규제를 통해 홍콩의 물자가 무분별하게 실사용 목적 이상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카테고리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홍콩과 맞닿아있는 중국의 도시 '심천'


 다른 하나는 점포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알다시피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가히 살인적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소매점들도 점포 임대비용이 올라가고, 기존의 매출만으로는 매장 운영이 힘들어져서 폐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매장 방문을 하고 있던 때에도 기존 거래처였던 소매점이 폐점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심지어 장사도 잘되는 소매점이었는데 말이다.


위 두 가지, 시장의 규제 변화와 경제 상황의 변화로 인한 시장 전체의 매출 감소는 감히 일개 회사에서 흐름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그럼 우리는 왜 이 점포들에서 매출이 줄어드는 걸까?


나는 직접 매장을 가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우선은 중국인 대량 소비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지역을 선정했다. 우리 매출 상위 매장 20개 정도가 모두 그곳에 포진해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은 홍콩과 중국 심천시가 맞닿아 있는 ‘쉥수이(Sheng Shui)’라는 지역이었다.


홍콩에 출장은 여러 번 왔지만 대부분 홍콩 섬 (Hong Kong Island)의 빨간색 지하철 라인을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 한번 가보자. 항상 데이터 분석의 완성은 현실과의 연결이라고 굳게 믿는 나로서는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필수였다.


한참 지하철을 타고 쉥수이 지역에 도착했다.


홍콩의 화려함은 없고 접경지대의 복잡함과 혼돈만 느껴졌다. 여기서 중국 본토까지는 20분도 안 걸린다. 그럼 중국 본토 소비자들은 왔다 갔다 하면서 중국 본토에서 잘 팔리는 제품들을 홍콩에서 구매해서 가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었다. 거리가 가깝다 보니 하루에도 10번 이상 이러한 구매를 반복했고 이러한 횟수가 하루 5회 정도로 (나의 기억으로는) 제한되어 매출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홍콩과 중국의 접경 지역 '쉥슈이'의 상점 앞>


어떤 식으로 매장을 방문해야 할까.


소비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소비자를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자처럼 행동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눈에 보이는 소비자들을 찍어서 이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어떻게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지를 보기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물건을 구매하러 이곳에 온 것인지 찾는 것은 매우 쉬웠다. 거의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인 것은(?) 나의 외모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홍콩-중국 접경지대의 소비자를 파악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가 되었다.



*‘미스터리 쇼퍼 (Mystery Shopper)’, 어떤 점포 (Store)의 운영 상태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 소비자 인척 하면서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글은 저의 해외 프로젝트 경험에 대한 시리즈의 글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성 있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며, 홍콩 생활이 궁금하신 분, 해외 프로젝트, 트레이드 마케팅, 영업 전략 기획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화: 갑자기 홍콩에 프로젝트를 가라고요? (brunch.co.kr)

2화: 여보, 우리 홍콩 가서 살까? (brunch.co.kr)

3화: 그렇게, 홍콩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brunch.co.kr)

4화: 처음 가본 홍콩에서 매출 분석이라니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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